용선에 접속하고 나는 통신친구들을 찾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멤버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얼마전 새내기 멤버인 '역학도사' 라는 괴상하기 짝이 없는 성격의 오빠만 어젯밤에 내가 만든 방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입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반기었다. "어..세모야 어솨라" "잉..오빠 혼자여용?" "응.." "음 주말인디 오빤 친구나 앤도 안만나세욤??" "난 그런거에 관심 없다..그저 하늘의 기를 읽고 있을뿐.." "하늘의 기?" "응,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나처럼 공부한 사람들은 알수가 있지..하늘에 새겨진 모든게 이세상에 내려와 실행이 되는거야..우주로부터 모든 운명이 내려오는 것이지.." "에이 그런게 어딨어여..운명은 사람에게 타고 나는 거 아니여요??" "하하하..그래..딸궁??" "헉..오빠 또 음주 채팅하시는 거죠??기를 읽는다는 핑계로 또 막걸리 사발을?" "흐흐흐.." 이사람은 안보여도 알수가 있다. 컴앞에 도사랍시고 막걸리를 갔다놓고 기 운운하면서 세상 한탄하는 것이겠지.. 정말 도사라면 어찌 컴앞에 죽치고 앉아 하늘의 기를 운운한다는 것일까?? "너 오늘 우연히 귀인을 만났으렸다.."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갑자기 뜬금 없이 말을 하는 주역도사 때문에 깜짝 놀랐다 "헉..귀인은 아닌데요..우연이 아는 동생을 술집에서 만나긴 했는데여??" "그사람 아마 동쪽 끝동네에 사는 사람일꺼여..아직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고" 그것참 신기한 사람일세..우찌...그걸 안단 말인가??정말 도사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근데 그 사람이 왜 귀인인감유??"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재차 물었다.. "음..알고 싶으면 복채를 내야 하느니라.." 점점..ㅡㅡ;;이 엽기 도사는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진담인지 구별하기가 정말 힘들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다. "아고 되씨유...나는 그동생한테 도움받을 일도 없고..관심도 없어유.." "너는 주위에 남자가 정말로 많구나.어찌하여 인연을 못찾을꼬??" 내 사주를 아니 점괘가 저렇게 나왔나보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번도 만난적 없는 사람이 이렇게 잘 꽤고 있다는게 신기하기는 했다.. '그래 남자가 많음 뭘하냐고요..영양가도 없구만..' "영양가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게 아니야..내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지."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는것처럼 하는 말마다 꼭 이어서 반문하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허허..하고 웃고 말았다..(물론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너의 운명은 음...너는 이세상의 삼라만상이 네게 속삭이는 것을 못느끼는냐? "푸하하..소설쓰시네요..ㅡㅡ;;" 나는 그한마디만 하고 인사를 하고 그방에서 나와버렸다.. 대화가 자꾸 지지부리해져서 따분해졌기 때문이다.. 사주니 역학이니 운명 따위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순간이였다..방안의 공기가 냉해지는 것같아 두리번 거렸다. "아이야.." "...?" 나는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컴을 끄다 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집은 언덕위에 위치해있어 인적도 거의 없고 엄마는 주무시고 있다.. 나는 혹시나 하고 창문밖을 내다보았다. "아이..야.." 어디서 희미하게 음악소리같이 나른하게 들리는 갸날픈 소리가..들려왔다.. 창문밖은 알쌀하게 매운 겨울바람만 춤을 추고 있었다.. 밤하늘에 무수히 박혀 있는 보석같은 별들하고 말이다.. 마치 나를 보고 있는 듯한 저 하늘의 별들... "아이야...~~" 자장가 처럼 들리는 그 환청에 나는 창문을 닫지도 않고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다. 기이하게도 갑작스럽게 아주 깊은 잠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