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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서신 -destroyer- 2
283 2014.08.26. 18:00

“컹컹!!”

내 앞에 먼저 나타난 강아지가 나를 향해 사납게 짖어 대기 시작하자 들개들의 무리 중 시체를 물어뜯지 않는 들개들 역시 함께 나를 향해 사납게 짖어 대기 시작했다.

골짜기는 금방 들개들의 짖어 대는 소리로 시끄럽게 울려댔으며 나는 들개들의 짖어 대는 소리에 현기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회복조차도 불가능해 보이는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중공군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았지만, 이제는 나를 한 끼 식사로 생각하는 들개들과 생사를 놓고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컹컹컹!!”

여전히 들개들은 나를 향해 짖어 대고 있었고 나는 들개들과의 싸움을 피하려고 죽창에 몸을 의지한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나를 나의 바람이었을까? 나를 향해 짖어 대던 들개 중 한 마리가 나의 앞으로 다가서며 더욱 사납게 짖어 댔다.

“컹컹컹!!”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몇 번이고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확인을 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결국, 들개들과의 싸움 역시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미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몸뚱어리로 야생의 무리를 상대한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것 같은 큰 산과 같았다. 무엇보다 이 녀석들은 살기 위해 본능에 충실한 들개 무리였다.

“컹컹!!”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몸뚱어리로 들개 무리와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는 것은 이미 나는 이들의 한 끼 식사나 다름없었다. 시체를 물어뜯으며 식사를 하던 들개들의 무리가 등 뒤에서 다가오는가 싶더니 나를 에워싸며 사납게 짖어 대기 시작했다.

“컹컹컹!!”

야생 동물의 몰이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이 녀석들은 이미 본능을 통하여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실로 대단한 사냥꾼들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쩌면 이 녀석들을 사냥꾼으로 만든 것은 우리 인간일지도 모른다. 인간들의 손에 의해 길들면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싸움에서 이기고 살아남는 법을 말이다.

“컹컹컹!!”

등 뒤에서 들개 중 제법 힘 좀 쓸 줄 아는 두 마리가 나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고 나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왼쪽 팔꿈치로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턱을 후려쳤고 다른 한 마리의 목에 대검을 찔러 넣고는 그대로 비틀어 버렸다. 뒤이어 세 마리가 달려들었지만, 어렵지 않게 세 마리의 들개를 처리해버렸고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이 되어버렸다.

왠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숨을 놓고 들개들과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이 순간이 왠지 즐겁고 재밌게 느껴진 것이다.
이미 나의 몸 상태가 어떤지 잊은 지는 오래였다. 지금의 나는 살생에 굶주린 그야말로 악귀 그 자체였다.

오랜만인 것 같다.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이 말이다. 들개들과 나 사이에 서로 한 치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꽤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투는 계속 이어졌다.

확실히 녀석들은 사냥꾼들이었고 나는 사냥감이었다.

그 차이에서 오는 전력 또한 확실했다. 물론 내가 평범한 인간이였을 때는 말이다. 긴 시간 동안 이어가던 들개들과의 사투는 결국 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언제라도 쓸어질지 모르는 몸뚱아리를 간신히 지탱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것이 내가 지나온 길의 흔적들이다. 원하지도 않는 살인을 하며 살아남은 것에 대한 결과이다. 마음은 가볍지는 못했다. 살생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안타까움에서 오는 공허함 때문이었다.

잊고 있었던 상처에서 견딜 수조차 없는 통증이 또다시 신경을 타고 뇌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미 한계에 다다른 심신도 축 늘어지기 시작하며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아무도 없는 산골짜기에서 매서운 추위가 나를 덮쳐왔다.

나의 지친 심신을 휘감아 오는 매서운 추위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나의 앞에 꼬리를 흔들며 나타났던 강아지가 나의 품으로 파고들어 와 자리를 잡는다. 녀석을 끌어안고 몸을 움츠린 나는 천천히 거부할 수 없는 피로감을 받아들였다.

지옥으로 이끄는 것일지 모르는 수면의 나락으로 천천히 이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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