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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서신 -destroyer- 3
192 2014.08.27. 17:37

“와!와!와!”

산골짜기에서 기절했을 때 얼어 죽지 못한 것일까?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들이 나의 청각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함성들은 하늘과 땅을 메우기 충분할 만큼 크고 우렁찼지만 정작 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함성들에 인하여 기분이 엉망이 되었다.

당장에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의 달콤한 단잠을 방해하는 자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싶었지만, 나의 게으른 성격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와!와!와!”

여전히 들려오는 함성을 듣고 싶지 않은 나는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돌아누웠다. 그리고 두 눈을 다시 감으며 잠을 청했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함성들에 의하여 다시 잠자리에 들려 했던 나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결국, 함성을 지르는 자들과 한바탕 할 요인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나는 그대로 나의 두 눈에 보이는 것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얼음장처럼 얼어버렸다.

누워있던 침상에 도로 앉으며 천막 밖에서 들려오는 함성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상황파악을 하기 위하여 몇 번이고 돌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분명 들개들과 싸우고 난 뒤 기절했던 골짜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 나를 이 천막 안으로 데리고 온 것 또한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였다.

“와!와!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헛웃음을 참아 내며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는 천막 밖으로 나가기 위하여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천막 안으로 한 여인이 들어 왔다.

긴 생머리를 허리 밑까지 기른 그녀의 모습에서는 이국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으며 그녀가 입은 황금갑옷의 왼쪽 가슴에는 용이 승천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 그녀의 키만큼이나 크고 단단해 보이는 활을 메고 있는 것 또한 볼 수 있었다. 활의 양 끝 부분에는 적당한 길이의 칼이 달려 있었고 꽤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독차지한 것은 그녀의 두 손에 들려져 있는 갑옷이었다. 언 듯 보아도 그녀가 입고 있는 갑옷과 같은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다가온 그녀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신이 들고 있던 갑옷을 나에게 입혀 주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의 갑옷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의 얼굴에는 한 번도 손질한 적이 없어 보이는 지저분한 수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은회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핑크빛 눈동자에서는 슬픔이 가득했다.

어째서일까?

지금의 이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고 또 더듬어 보아도 그녀가 누구인지 자세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나는 갑옷을 입혀 주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몸을 나는 더욱 힘을 주며 꼭 끌어안았지만, 내 품에서 그녀가 벗어나는 순간까지 그녀의 체온을 느낄 수는 없었다.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새 나는 그녀가 입고 있는 똑같은 갑옷을 입게 되었다.

그녀가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 주며 천막 밖으로 이끌었다. 나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가 보였고 함성을 지르는 많은 병사 역시 함께 볼 수 있었다.

“와!와!와!”

천막에서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나를 향해 자신의 강렬한 햇볕을 내리쬐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나의 마음마저 상쾌하게 만들었다. 또다시 그녀가 나의 손목을 붙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그녀가 나를 이끈 곳은 많은 깃발이 흩날리고 있는 단상의 앞이었다. 단상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는 제법 위풍이 당당한 사내가 창을 움켜쥐고 서 있었으며 사내 또한 용이 승천하는 문양이 새겨진 황금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단상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의 앞까지 나를 이끌었다. 나에게 단상으로 올라가라고 손짓을 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단상으로 향했다. 나무 계단에 첫발을 내딛자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황금으로 만들어진 한 자루의 칼을 나에게 건넸다.

건네받은 칼을 쥐고 단상으로 올라섰다. 끊임없이 함성을 지르고 있는 수많은 병사를 바라보며 칼자루에서 꺼낸 칼을 하늘 높이 올렸다.

“와!와!와!”

함성들은 하늘과 땅을 뒤흔들 만큼 더욱 크고 우렁차게 울러 퍼졌으며 사기 또한 하늘을 찌를 듯했다.

구름 한 점 끼지 않던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폭우를 쏟아 낼 것처럼 먹구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단상 아래에 준비된 말에 올라탄 나는 그들과 함께 말을 몰아 병사들을 가로질러 정면에 보이는 적군을 향해 빠르게 말을 몰았다. 수도 없이 많은 화살과 돌덩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악!”

“크악!”

수많은 적군과 아군들이 죽어 갔고 전장은 순식간에 비명으로 뒤덮였다. 어느새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들이 나의 갑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나는 미친 듯이 칼을 휘두르며 적군을 도륙했고 앞으로 나아갔다. 적 병사 하나가 나에게 몸을 던지며 칼을 휘두르는 것조차 모른 채 나는 적장을 찾기 위하여 혈안이었다.

“크악!!”

나의 목덜미에 적 병사의 칼이 닿으려는 찰나 등 뒤로 사내의 창이 적 병사의 몸을 꿰뚫었다. 사내는 자신의 창에 꿰뚫려 고통스러워하는 자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가 싶더니 다른 적 병사들을 향해 거칠게 내팽개쳤다.

드디어 언덕 위에 있는 적장을 찾을 수 있게 된 우리는 적장을 향해 말을 몰았다.

“크악!”

“으악!”

수도 없이 많은 적 병사들이 우리의 앞길을 막아섰지만 거세게 휘몰아치는 우리의 무력에 힘 한번 써** 못하고 죽어 나갔다. 많은 적 병사들의 목을 베고 나서야 적장의 앞에 서게 된 나는 한 손에 움켜잡은 칼을 비켜 잡으며 그를 향해 천천히 말을 몰았다.

어째서인지 홀로 서 있는 적장에게서는 그 어떤 두려움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팔짱을 끼며 나를 비웃는 여유를 부렸다.

적장의 목을 치기 위하여 칼을 휘두르려는 찰나 갑자기 나타난 적 병사하나가 날카로운 창으로 내가 타고 있는 말을 꿰뚫어 버렸다.

“악!”

나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말과 함께 머리를 부딪치며 고꾸라져 버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나는 모든 것을 단념해야만 했다. 나를 따랐던 병사들과 황금갑옷을 입고 적진을 누비던 그들도 그리고 내가 입고 있던 황금 갑옷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광기에 사로잡힌 적 병사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만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비켜 잡은 창끝을 땅바닥에 그어대며 다가오는 그에게서는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나는 뒷걸음을 질을 치며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도망칠 곳 또한 없었다. 나의 등 뒤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는 구멍이 난 것처럼 쉴 새 없이 굵은 빗방울을 퍼붓기 시작했으며 천둥과 번개까지 치기 시작했다.

나에게 다가온 적 병사가 창으로 나를 찔렀고 나의 몸은 보기 좋게 그의 창에 꿰뚫렸다.
그의 얼굴에 자리 잡은 광기는 여전히 나를 공포에 떨게 하였다. 몇 번이고 나를 바라보고 비웃던 그가 나의 몸에서 자신의 창을 빼내는가 싶더니 또다시 나의 몸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나를 바라보던 적 병사가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낭떠러지 밑으로 나를 떠밀기 시작했다.

낭떠러지의 끝에 다다르게 되자 사내는 어렵지 않게 창과 함께 나를 들어 올렸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의 창과 함께 나를 낭떠러지 밑으로 집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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