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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서신 -destroyer- 4
247 2014.08.28. 13:21

나의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일까?

칠흑처럼 어두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는 도중 바라본 하늘이 붉게 보였다. 번개도 구름도 비도 심지어 하늘에 떠 있는 달조차도 붉게 보였다. 왠지 지금 내밀면 금방이라도 달님이 내가 내민 손을 잡아 줄 것만 같아 달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또 한 자루의 창이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기에 나는 또다시 눈을 감아야만 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온 창은 정확히 나의 얼굴을 꿰뚫었고 그렇게 나는 낭떠러지 밑으로 쉬지 않고 떨어지게 되었다.

긴 시간을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진 듯싶었지만 얼마나 떨어진 것인지는 궁금하지는 않았다. 어둠 속에 영원히 갇혀 버린 것만 같은 나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려울 정도로 주위가 고요했다. 살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내가 있는 곳은 주위가 온통 하얀색으로 도배된 방안이었다.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나의 팔과 다리는 내가 누워 있는 침대에 묶여 있어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언덕 위에 하얀 집일까?

고개를 돌리자 수술 도구가 놓인 테이블과 손을 씻을 수 있는 간이 싱크대가 눈에 들어왔고 나의 다리에서는 통증이 느껴졌다. 잠시 뒤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방안으로 들어오는 사내와 한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하얀 수술복을 입고 있었고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나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보여 준다.

침대에 묶여 있는 나를 향해 다가온 그들은 서로 수술 준비를 하기 위하여 분주했다.

이미 이들이 누구인지 알아봤기에 특별히 저항하거나 하는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사내가 여인에게 건네받은 수술 도구들로 상처 부위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수술하기 시작했다. 수술이 진행될수록 상처에서 전해지던 통증은 서서히 줄어 들어갔다.

수술은 사내의 익숙한 손놀림 탓인지 빨리 이루어졌다.

사내가 나의 상처 부위를 꿰매 주었고 여인은 내 곁으로 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의 입에 오색 빛이 감도는 둥글고 작은 열매를 넣어 주었다. 입안에서 열매가 녹으며 향긋하고 달콤한 내음이 입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맛있었다.

입안을 통해 느껴지는 특이한 향을 음미하는 나의 이마에 여인이 입술이 닿는가 싶더니 편안함이 몰려오며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나의 몸이 한 장의 낙엽이 되어 천천히 떨어지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있으면 왠지 가족의 품으로 돌 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나 할 생각으로 눈을 뜨고 그들을 바라봤다. 이미 그들과 나 사이는 꽤 멀어져 있었다. 나를 향해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드는 그녀와 양손에 하얀색 종이를 펼쳐 든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종이에는 시간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살며시 두 눈을 감고 한 장의 낙엽이 되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차가운 냉기가 등을 통하여 느껴졌고 맑고 휜 눈이 내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가 기절할 때 나의 품으로 파고들었던 강아지는 보이지 않았다.

“크윽”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상처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에 인해 짧은 비명을 입 밖으로 내뱉어야 했다. 상처를 바라보니 아물지 않은 그대로였다. 기분 탓일까? 그래도 몸은 날아 갈듯 가벼웠다.

산골짜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근처에 있던 죽창을 지팡이로 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상처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참아 내기 위하여 입을 악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긴 시간을 걸은 끝에 나는 산골짜기를 벗어나게 되었고 저 멀리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를 볼 수 있었다. 많은 비밀을 감추고 목숨을 부지해야만 하는 나만큼이나 춥고 외로워 보이는 도시를 향하여 쉬지 않고 걸었다. 왠지 저 도시와 함께 비밀을 나누고 싶은 간절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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