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색 UI버전인 그 때를 전용으로 하는 서버가 생겼으면 좋겠다.
어둠의전설의 본래 배경스토리에 부합하던, 지금의 퀄리티에 비하면 조악하지만 그럼에도 게임의 맥락과 가장 일치하던 그 때의 UI, 맵, 이펙트, 아이템, 기술들이 그립다. 어른스러웠던 그 분위기는 유저들의 게임 매너와도 연관이 있으리라.
프라보를 케첩이라 부르던 때가 그립다.
'후둑'이 그립다. 좀 괜찮다 보이는 시체를 먹으려고 우드랜드 입구에서 자기 레벨보다 낮은데도 달려붙다 죽어가기를 반복하던 그 모습이, 그때는 그렇게 졸렬했지만 우습게도 그때의 그런 복작거림도 그립다.
호러캐슬이란곳이 처음 생겼을 때가 그립다. 지금처럼 돈내면 들어가서 의무적으로 경험치만 쌓다가 '쫑'내고 들어오는 곳이 아니었다. 한층 한층 올라가면서 다음엔 어떤 맵이 기다리고 있을까 조마조마 하며 높은 경험치를 얻었을 때의 흥분을 잊지 않고 싶다.
사람 많기로 잡을 몬스터가 없어, 야밤에 구 광산을 둘이서 돌았던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싶다.
서밀레스, 동밀레스, 북밀레스를 다시 밟고 싶다. 우습게도 게임이지만 사람 드문 맵 언저리를 아무 생각없이 소요하다 보면 이따금 마음이 평안해졌던 때가 있다.
그러나 대량소비 시대답게,
메이저 업체의 게임 방식도 그렇게 바뀌어 버렸다. 저주를 일시에 퍼부을수 있는 전체 저주시스템이 생겼으며, 인간의 삶처럼 생과 사가 없는 게임캐릭터의 무한성장을 조절기는 커녕 전체공격과 상상을 초월하는 데미지 기술을 평준화시켰다. 본래 메인탱커인 격수가 데미지를 가장 크게 입히고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와 성직자가 데미지 증폭을 도와야 하는 구조인 게임에서, 급작스레 비격수가 격수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태로 바뀌었다.
비상식적 데미지는 유혹적이었고 이에 맞춰 음성적인 '돈쩔'은 점점 양성화되어버렸다. 경험치를 늘려주는 아이템은 불티나게 팔리고, 경험치 축적을 위한 사냥은 우리가 사는 현실마냥 '스펙'없이는 참여도 어려워졌다.'도박'처럼 삿된 욕망만 키워져버린 어느 시점부터 '정상적인'캐릭터 성장은 바보같은 일이 되었고, 새로운 룰에 편승한 소수만으로 구축된 게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적적한 날이면 어둠이 생각난다. 난 사실, 어둠이 없어지는게 두렵다. 바뀌고 왜곡된 어둠이지만 그럼에도 유년의 편린을 들춰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