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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따코의 군생활(1)
399 2014.10.23. 01:07



1.


나는 12년 10월 30일 입대영장을 받았다. 내나이 스물셋이었다.
일이니 연애니 이것저것 하다보니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갔고
친구들이 전역을 하나,둘 하는해에 나는 조용히 혼자서 입대를 준비했다.


입대하는녀석도, 전역하는녀석도 너무 많이 봐서그런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나만은 안갈거같았는데. 초등학생때 친구들과 우리가 어른이 될때쯤이면..
통일이되서 군대를 안가도 된다는 이야기를 했던게 피식 떠오르곤 했다.


막상 영장을 받으니 이제는 가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정말로 간다 생각하니 주위사람들에게 잘해주지못한것이 미안하고 속상했다.


다녀오면 벌써 스물다섯이라는 나이.
내 이십대 초반이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친구들은 이제 스물둘, 스물셋에 전역해 신나게 복학준비를 하고 열심히 노느라 바쁜데
나혼자 이제 입대를 해야한다니.. 뭔가 억울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2년가까이 고생했을때 나는 펑펑 놀았으니 어쩔수 없는거겠지.
이렇게 머리론 생각했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나 하는 진작에 다녀올걸.. 하는 그 후회..


어쨌든 그땐 친구들이 전역하고 12년에 한창 국내에도 '롤' 붐이 일었다.
이제 막 전역해 시간이 남는 친구들, 그리고 곧 입대를 해 시간이 남는 나
우리는 진짜 한달동안 피시방밤샘을 한 15번을 넘게할정도로 롤을하며 피시방에 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지금와서 후회하는데 그때 혼자서 여행이라도 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막상 그때는 그 시간이 그렇게 소중한 시간인지 모른다.
학창시절때 공부를 하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봤자 학창시절이 지나고나서야 깨닿듯..


시간은 어느때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입대 일주일전이 되었다. 입대 일주일전쯤이 되어 만나지 못했던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인사를 하는데..

막상 인사를 하니 다음을 기약할수가 없는거다.

보통의경우는 뭐 다음주에, 조만간 또 보자 이런 멘트를 할텐데..


이미 입대전까지의 스케쥴은 모두 꽉차있는 상황이고.
다음에 보려면 내가 첫휴가를 나오기까지 최소 반년정도의 시간은 필요할듯 보였다.
지인들과 헤어지며 다음을 기약할수 없던 그날. 처음으로 내가 입대한다는 실감이 났다.



그리고 입대전날.
가족들과 비싼 고기집에서 한껏 외식을 하고 들어왔다.

짧게깎은머리. 나도 정말 입대를 하는구나.. 가장친한 친구녀석이 얼굴이라도 보자고 해
공네 놀이터에 앉아서 맥주한캔을 마시며

"이날도 언젠가 추억할날이 오겠지.. 전역하고나서 말이야"

라고 말하자


친구녀석은 "ㅁㅊㅅㄲ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젠장.



그렇게 나는 다음날 춘천에 있는 102보충대에 입대하기 위해 부모님의 차를 탔다.
두시간가까이 걸린다는 말에 기분좋게 들으려고 가지고 간 엠피쓰리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시간이 갈수록 초조함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무슨일이 생겨서라도 가기가 싫다.
갑자기 천재지변이 일어나진 않을까 이런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 사회에서의 닭갈비를 먹는데


진짜 밥이 안넘어간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그때서야 처음 느껴볼수 있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먹었는데 닭갈비 5조각이 넘어가질 않았다.



그렇게 102보충대앞에 도착하니.. 정말 많은사람들이 있었다.
나와같이 입대를 준비하는 여러 청년들.. 와..


마지막에 고마웠던 형들에게, 지인들에게 폰으로 짧게 연락을 했다.
특히 나한테 너무 고마웠던 형이 있었다. 내가 입대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일도 안하고
거의 폐인처럼 방구석에만 쳐박혀 지내던 그때..

어떻게든 나를 세상밖으로 끌어내려고 불러서 밥한끼라도 사주고 술한끼라도 사주던.
집이 가까워서 치킨이라도 시키면 꼭 나를불러서 같이 치킨먹자.. 내가 외롭지않게 항상 도와주시던.


그 고마운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저 입대할게요 ㅎㅎ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뭘감사해 ㅋㅋ 임마 뭐가"

"그동안 말씀못드렸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뭐가"



끝까지 내 감사의 인사를 '뭐가' 하며 자신은 잘해준게 없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형의 목소리를 듣자 나는 눈물이 찔끔 났다.


그후로는 어차피 전화를 해봤자 눈물이 날거같아서 카톡이나 메세지로 짧게 인사를 전하고
군대를 늦게가서 많이 걱정하실 부모님에게

이미 친구들도 다 한건데, 그리고 이렇게 어린 스무살,스물한살 친구들도 다 하는건데
나도 의연하게 하고 오겠다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나는 그렇게 그날 102보충대에 입대를 했다.


2012년 10월 30일. 내나이 스물셋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