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대에 도착하고 생활관에 들어가니.. 이미 많은 선임들이 훈련을 마치고
자신의 군장과 장구류등을 정리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그날이 딱 혹한기 훈련이 끝난날이라고 한다. 2주일전에 입대했던 같은 10월 동기들은
혹한기훈련을 모두 자대에 오자마자 받았는데.. 우린 오자마자 혹한기훈련을 빗겨나갔다.
와 행운이다. 진심.
그렇게 딱 생활관에 도착했는데 반겨주는 선임도 없고 조금은 외로운날을 보냈다.
혹한기 훈련이후론 크리스마스(빨간날) 그다음날은 훈련이 있었으니 전투휴무(쉬는날)
그리고 그다음날은 또 주말까지 해서.. 4일연속 연휴가 계속되었다.
원래는 소대분류를 해줘야 하지만, 쉬는날엔 행보관과 중대장이 출근을 안한다는 이유로
소대분류는 계속해서 미뤄졌다. 그래서 우리 동기 4명은 어느소대에 갈지 아직 모른다는이유로
맞선임이 누군지도 몰랐고 어느소대에 갈지도 몰랐다. 그냥 마냥 대기..
그렇게 눈치껏 생활을 하게 되었다..
처음와서 씻는데 신교대에서 보급받은 비누로 씻고있자니.. 그걸로 어떻게 씻냐면서
가장 막내였던 선임이 자기 세면바구니를 빌려준다.. 보니 샴푸도있고 바디워시도 있고 폼클도있고ㅋ
그때는 챙겨주니 마냥 좋았다. 그래도 사람사는곳이구나.
그 선임은 막내였던 12년 9월군번이었는데 우리가 불쌍했는지 옛날 자기생각이 났는지
기본적으로 지켜야할것, 생활하는법 등을 알려주고.. 싸지방도 시켜줬다.
4일연속 쉬면서 느낀건.. 군대가 이렇게 편한곳인가? 싶었다.
4일동안 점호외엔 아무런 집합도, 작업도 없었고 그냥 다 누워서 자거나 티비를 보거나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거나 ㅋㅋ 다 그냥 개인정비시간밖에 없다.
눈치가 보여서 누워있지도 못했는데 선임들이 그냥눕지는 말고 매트릭스 제대로 깔고
누워서 쉴거면 얘기만 하고 쉬라고 한다.
그래서 미리 선임한테 얘기하고 낮에 누우니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신교대는 낮에는 절대 못눕게 하니깐.. 누울수있는 시간은 저녁밖에 없으니까.
편지도 쓰고 잠도 자고 어영부영 보내는데 4일연속이나 쉬니 정말 꿀같은 휴식이었다.
그렇게 4일동안의 좋은시간이 지나가고..
소대분류가 되었다. 가장 말이 많았던 친구와 내가 한 소대로. 다른 두 친구는 다른 소대로.
그렇게 우리 4명은 두명,두명씩 각각 다른소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온 소대는.. 병장은 없었고 상병이 10명가량, 그리고 일병,이병은 6,7명밖에 없는곳이었다.
2011년 7,8,9 이렇게 세달의 군번들이 모두 선임축을 꽉 잡고있었고..
그아래로는 12년 초군번부터 10월군번인 나까지 대충 다양하게 있었다.
11년군번들은 13년 5,6월이면 대부분 집을간다.. 그때가 12년 12월이었으니.
딱 반년만 버티면 선임 10명이 사라지고 후임 10명이 생기는 샘이다. 그럼 나도 벌써 선임축이된다.
주위사람들한테 들어보니 너희는 되게 풀린군번이라 말을 한다.
동기중 옆소대에 간 동기는 막내생활을 1년넘게 해야한다고 한다.. 맞선임도 자기랑 한달차이밖에
안나는 9월군번이고 ㅋㅋ. 내 맞선임은 12년 6월군번이었다.
맞선임이 정해지고.. 인사를 하고..
자기가 짬찌때 적은 이것저것 적은 수첩을 보여주며 뭘 하면되고 뭘 안하면 되는지
그런걸 간단히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걸 들으면서 느낀건..
이사람이 되게 후임이 들어오길 기다렸다는걸 어느정도 눈치챌수 있었다.
막 후임이 들어오면 알려줘야할것, 해줄것 막 이런걸 엄청 적은 노트를 봤었다.
물론 나이는 나보다 두살이나 어렸지만ㅋㅋ
어쨌든 하나하나 신경써준다는 느낌을 받을수 있었고 그런 이야기를 듣자하니
군생활이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는말. 그걸 가슴속에 새기고 소대원들한테 꼭 첫이미지를 좋게 남겨서
빨리 친해질수 있도록 해야지.. 자면서 막 그런 다짐을 했었던것 같다.
그렇게 내 첫 일과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