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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따코의 군생활(6)
341 2014.10.25. 13:01

6.



처음엔 되게 편했다. 훈련 다음주라 그런지 빡샌 일과보다는 집중정신교육 주라
정신교육은 대충 생각해서 발표정도만 해도 됐고.. 간부들도 상병장들도 귀찮은지 설렁설렁해댔다.


그리고 1월이 됐다.
군대에서 스물네살이 되었다.. 어떻게보면 벌써 입대한지 두달이란 시간이 된거같아 기분이 좋기도하고
동생들 사이에서 스물넷이 되어 여기에 있는 내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역하면 스물다섯.. 여기서 잘하고 나가야할텐데.


어디에 소속되든 거기서 잘하면 분명 무언가 길이 열리고
그 경험을 밑바탕삼아 잘할수 있다. 라는게 내 생각이었다.
다른사람들은 다 2년을 버리는 시간으로 치부하지만 난 버리는시간이 아닌
내자신을 조금더 성숙하게 만드는 2년을 보내야지.. 막연하게 생각했던것 같다.

하지만 군생활은 이제 두달 겨우한거고.. 21개월중 아직 19개월이란 긴 시간이 남아있었다.


1월이 되자 그동안 신기할정도로 안왔던 눈이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원도 화천의 눈덩이란... 진짜 말도 못한다..
눈이올거란 일기예보가 뜨면 일단 조기기상을 한다.. 5:30.

눈뜨자마자 제설하러 내려가서.. 아침을 먹고 오전내내 제설하고.. 점심먹고 조금쉬었다가
오후역시 눈을 치운다.

진짜 눈을 치우는게 이렇게 힘든일인줄 처음 알았다.


눈을쓰는데 빗자루질을 잘 못한다고 2,3살씩 어린 후임들한테 욕을 쳐먹고.. ㅡㅡ;;
올라올때면 진짜 회의감이 들었다. 이게 머하는짓이람.

밖에선 화이트크리스마스니 새해 눈이니 뭐니 하고있겠지.. 그냥 나는 눈이나 치운다..



하.. 힘들다.


2주대기가 풀리고나서는 탄약고근무도 들어가게 되었다. 그냥 말이 경계근무지 사실상 탄약고에
서있는건데.. 야간근무가 한시간반이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진짜 날이 너무너무춥다..

영하 20도 말만하는거 같고 농담같았는데.. 진짜 영하20도를 찍는것도 실제로 봤다.



예를들어 새벽3시근무같은게 걸리면..


하루종일 일과받고.. 10시에 취침해서 2시30분쯤에 깬다(4시간30분정도 잔다)
준비해서 3시에 근무를 나가고 돌아오면 4시30분.. 여기서 한시간정도 자면(그나마 자면다행이다)
5시30분에 다시 기상해서 일과가 시작된다.. 끊임없는 제설.


나중에 주요 길과 도로 등 제설할곳은 다 했다싶으니 연병장 제설을 한다. ㅎ ㅏ... 진짜.


눈쓸고 근무나가고 자고.. 이게 진짜 무한반복이었다 1,2월 동안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주말에 이제좀 쉬려고하면 눈이와서 주말에도 제설을 하거나..
주말에 이제 좀 쉬려고하면 선임들이 주기를 하라니 뭐 잡일을 시켜서 이등병은 쉴틈도 없었다.


그냥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갔다.



내가 온 전투지원중대라는곳은 처음엔 이름을 듣고 "아 보급품을 지원해주는 중대구나" 했었지만
그 전투지원이 아니었다.
뒤에서 전투력. 즉 화력을 지원하는 부대로써 주특기가 4.2인치 박격포인 부대였다.

박격포부대지만.. 눈이 너무오면 박격포를 할수가 없으므로.. 난 구경도 못해봤다.
주특기가 어려워서 배워야할것도 많다는데 ㅡㅡ; 눈쓰느라 바쁘랴 주특기는 나중에 하자.. 하고
배우질 못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을텐데 이것도 다 외우라 했으면 어쩌면 난 못버텼을지 모른다.


그리고 박격포도 '대기포'를 잡는다는 개념으로 (전시에 언제든지 화력지원이 가능하게끔)
GOP를 한 소대가 올라가면 3개월정도 잡았다 내려오고, 올라갔다 내려오고 했었다.

선임들의 말을 들어보면 GOP는 각 분대마다 생활관이 있고, 티비가 있고, 2층침대가 있어서
일반 중대생활보다 훨씬 편하고 좋다는것이다. 주특기도 거기서 연습하면 되고..


어찌되었든 우리 다음소대가 GOP를 올라가게 되었고 그나마 있던 알동기 두명과도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저녀석들이 내려오면 다음엔우리가 올라간다. 약 계획상으로 4월이었다.

4월에 올라가면 또 저녀석들을 못보고 3개월후.. 약 7,8월은 되야 볼수가 있다.
동기들과 그때쯤이면 우리도 짬이 어느정도 차있을거라며.. 1차정기휴가를 그때쯤 나가자며..헤어졌다.



그이후엔 그냥 1,2월은 엄청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근무 제설 근무 제설 근무 제설 무한반복.. 그냥 하루하루가 고단했고 그냥 어떻게갔는지도 모르겠다
근무가 없는날(비번)이 있으면 저녁에 푹 잘수있다는 행복함에 젖어 그냥 잠들었고

일어나서 정신차려보면 이미 눈을쓸고 있었다.



우리 분대같은경우.. 내가 들어오자마자 있었던 말년병장이 바로 전역을 했고
분대장(상병), 부분대장(일병) 나(이등병) 이렇게 세명밖에 없었다.

엄청 인원이 부족했던 분대였는데.. 일단 분대장이 천사였다.

그냥 잘해준다는 느낌을 떠나서 엄청 신경써주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씩 맛있는것도 사주고
정말 힘든일은 없는지. 요즘 걱정거리는 뭐가있는지 그런 사소한것도 물어봐주는 착한 분대장이었다.
그리고 나랑 말도 좀 통해서.. 친하게 지냈다.


맞선임은 A급이었다. 그냥 단 한번도 선임들한테 털린적이 없고
진짜 누가봐도 군생활 잘한다 싶을정도로 열심히 하는 선임이었다.
그래서 그 선임밑에서 모나지않게 행동만 해도 덩달아 나도 A급 취급을 받아서
선임들한테 크게 갈굼받은것이 없다.


하지만

좀 힘들기도 했다.
너무 진~~~짜 사소한것 하나하나 다 간섭하고 명령하고 참견하니
진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말 잘하고싶은 마음은 이해하겠는데 진짜 별에별거까지
다 신경쓰고 말도안되는일로 트집잡혀 털리는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이 맞선임위에 분대장이 엄청 착했고, 나를 신경써줘서 그나마 버틸수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맞선임은 애증의 관계라고.


진짜 말도안되는일로 털리면 진짜 기분이 너무 상해서 쳐다보기도 싫었다가도
어차피 같이 행동을 해야하므로 같이 행동하면 "그래 그럴수도 있지.." 이렇게 이해했다가도
또 싫어지고 좋아지고.. 계속해서 반복했다.


가장 중요한건 사람자체가 나랑 너무 달랐다. 서로 틀린게 아니라 너무나 달랐다. 자라온 환경부터..
나는 게임에 관심이 있지만 그친구는 아예 게임에 관심이 없고 패션쪽에 관심이 있었고
여자얘기도, 취미얘기도 같이 근무를 들어가며 지겹도록 했지만
공통된 관심사가 단 하나도 없었다 ㅡㅡ;;


나랑 별로 안맞는사람이구나.. 했다.




그렇게 1,2월동안 근무를 개같이 나가다시피 하며 제설을 하다보니.. 몸이 상하는걸 느꼈다.
이때 근무는 인사계원이 짰었는데 (짬좀찬 병장이었다)
이 인사계원이 짬대우를 엄청 하는사람이라 상,병장은 거의 근무를 잘 안넣거나 좋은근무만 넣고

진짜 안좋은근무나 힘든근무는 일병,이등병한테만 개같이 돌렸다.


이게 불만이기도 했지만, 또 내가 상병장되면 그건 그것대로 편해질것 아닌가? 불평할수가 없다.



그냥 개같이 근무들어가고, 제설할때는 맞선임 눈치보랴 개같이 눈만 쓸어댔다.


신교대에서 허리통증이 있었는데, 외진이 한번 취소가 됐었다.
하지만 자대에 와서는 외진이나 허리통증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2월중순쯤 되니 허리가 너무 아픈거다. 와.. 그때쯤 내 맞후임도 들어왔다. 13년 1월군번.


처음엔 내색을 안하고 말도 안했는데.. 막 자다가도 허리가 아파서 깨기도 하고 허리가 찌릿찌릿하고
발이 저린게 이게 보통일이 아닌거같았다.

그렇게 말을 안하고있다가 결국 너무 심해져.. 그나마 편했던 맞선임과 분대장에게 보고를 하게되었고



나는 첫 외진을 가게되었다.


이때가 거의 13년 2월쯤이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