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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따코의 군생활(8)
243 2014.10.25. 22:54



8.



인사계원 부사수가 되니 확실히 장점은 여럿 있었다.
남들은 힘든작업을 해도 안나가도 되고.. 주특기를 하느라 포를 열심히 해도
우리는 우리의 업무만 하면 된다. 절대 행정반 밖으로 나갈일이 없다.


난 처음에 인사계원이라 하면 겉으로만 보이는 근무표/병사들휴가 정도만 신경쓰는줄 알았더니..


와.. 업무가 진짜 너무너무너무 많다.
계원들이 하나같이 입을모아 말하곤 했었다. 계원중에 가장 힘든게 인사계원이라고..

신입병사가 오면 그 병사의 인적사항부터 기록해서..
부대에 돈이 얼마 들어오는지 비품을 뭘 사는지 각종 비품처리.. 금전적인 그런 회계쪽도 전~~부다
인사계원이 해야한다.

병사 휴가는 물론이고, 병사들의 특수지수당(gp나 gop갔을시)처리나 간부들의 추가수당

거기다 간부들 휴가까지 다 인사계원이 처리해야하고 진짜 일이 밑도끝도없이 너무너무 많았다.


처음에 인사계원 부사수를 하며 인사계원일을 배우려고 산 노트 하나가 거의 꽉찼는데도
내가 부족할정도였으니.. 와진짜 이걸 어떻게하나. 사람이 하는건가 싶었다.


거기다 전화받는것도 일이다.

"통신보안 전투지원중대 일병 xxx입니다."

"어 나 xxx인데" (발음 뭉개져서 잘 들리지도 않음)

"아.. 예"

"아니 이** 내가 간부인데 경례도 안하냐?"

"아;; 죄송합니다"

"옆에 간부누구있어 간부바꿔 ㅡㅡ"


그럼 짬좀 된 간부들은 전화받기를 귀찮아하고 새로운 소위나 하사들을 바꿔주게 된다
소위나 하사는 짬이얼마안되기때문에 털리게 되고
그 화살은 당연히 나에게 온다.. 엄청 갈굼받는다..



거기다 간부들의 스트레스..

간부들이 스트레스받으면 진짜 화낼걸 계원들한테 푼다.

어떤병사가 급하게 외박나가게 되어 결제를 받을일이 생겨 해당 소대장을 찾았는데 없는거다..
그날 17시까지 올려야하는건데..
16시50분쯤인가 되서 저쪽에서 그 간부가 올라오는걸 봤다. 그리고 흡연장에 있길래
나는 당장 그 서류를 들고가서 결제를 받으러 갔다.
(이건 참고로 인사계원 사수가 결제 당장받아오라고 시킨거)

그러니 갑자기 불같이 화를내며


"내가 행정반에 있을때 어련히 알아서 해주지 이런걸 흡연장에서 쉬고있는데 쳐 가져오냐 **야"


그날도 진짜 한시간을 넘게 털렸었다



하... 진짜 내가 멘탈이 나쁜건 아닌데 진짜 너무너무 힘들더라..



일과가 끝나서 좀 쉬려고하면 잔업을 해야하고
그것마저 없는날엔 병사들 소포를 수령하러 직접 운전병을 데리고 연대본부까지 갔다와야했다
휴식하고 있다가도 다른중대에서 전화가 오거나 간부들이 전화와서 "인사계원 바꿔봐"
이러면 또 방송에서 나를 찾는다

편하게 쉬지도못하고 계속 불려다닌다




와.. 몸이 조금 편한대신 그 대가가 다 있구나.. 진짜 남들은 계원이 빨이라하지만 절대 아니구나.

난 그때 느꼈다. (물론 우리중대가 인사계원에게 일을 좀 몰아서주는 경향이 있다)




이건 인사계원으로써의 일이고.. 생활면으로 들어가보자면..



일단 보직이 변경된다는것은 나같은경우에는 건강상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폐급병사들이 보직변경을 자주한다. 막 선임들과 못어울리거나 후임들에게 찔리거나
아니면 막 하기싫어서 꾀병을 부리거나 못하겠다고 떼쓰는 그런 어린애들이나
그런애들이 대부분 보직변경이 된다..


그래서 정당한 이유로 보직변경이 됐다고 하더라도..


일단 한번 보직변경이 되면 걔는 약간 폐급취급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암묵적인..


나는 그나마 이미지를 좋게 쌓고와서 그정도까진 아니었지만.. 2월에 갓 일병을 달았는데
엄청 눈치가 보였다.. ㅠㅠ


더불어 생활면에서도.. 아예 다른 생활관으로 오다보니(반대편임) 아는사람도 거의없고..
친한사람도 거의없고..
원래 소대에선 밑으로 6,7명 되는 후임이 있었는데..
여기선 내가 막내다보니 또 온갖 잡일은 잡일대로 다한다.

예를들면 행정반 쓰레기통 비우기 이런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행정반가서 컴퓨터 다 키고
바닦 다 닦고 이런거.. 그냥 내가 다 해야만했다.

몸이 힘든건 상관없었는데 정신적으로 친한사람도 없고 의지할사람도 없고 동기도 없으니
굉장히 힘들더라..


그렇게 좋은보직에 왔음에도 내 의지로 온게 아니였기때문에 굉장히 지쳐가고 있었다..


1.2월은 정신없는 근무.. 끊임없는 제설.. 서러운 이등병 생활.. 진짜 매서운 추위.

3월은 갑자기 보직이변경되더니 공부하고 공부해도 끊임없는 인사계원 일.. 외로움과 눈치와의 싸움..



지금생각해보면 이때 별일없이 그래도 잘 견뎌낸 내자신이 좀 대견하기도 하다

그만큼 쉽지않은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3월말 내가 외진을 가게되었다.
원래 계원은 외진을가면 그 외진간 계원의 일이 엄청 빵꾸가 나서 계원은 외진을 거의 못간다.
그래도 나는 사수가 있으니 다행히도 사수에게 보고를 하고
정기적으로 받던 허리에 대한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군의관과 짧게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요즘 허리쓰는일은 조금 하니??"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계원으로 보직변경이 되서 이제 힘든일은 안합니다."

"계원?! 그러면 하루종일 컴퓨터에 앉아있겠네?"

"그렇습니다"

"그건 별로 안좋은데..(인상찌푸리며) 너같은경우는 디스크가 있긴해도 그렇게 심한편은 아니라서
적당히 운동하고 움직이는게 훨씬 좋아. 계원이면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있을텐데
니가 허리가 안좋아서 편한자세를 찾게되고 구부정한 자세로 있게될거야
너가 2년있어야하는데 여기서 계속 안좋은자세를 하면 더 심해질수도 있다.."

"헉"



이제 인사계원일이 좀 적응됐다 싶었더니 이게 무슨소리요 으사양반.ㅡㅡ


와~~~패닉이다 정말...



우리중대는 외진을 갔다복귀하면 의사의 소견과 어떤처방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해야했다.
그래서나는 당직사관과 분대장에게 일단 들었던대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다음날 그게 행보관의 귀에 들어갔고.. 나는 다시 행보관실에 끌려가는 처지가 되었다.




"얘기는 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너가 박격포는 임무수행이 힘들다고 판단해서 보직을 변경했는데 그게 잘못된걸수도 있다
이런부분은 우리가 많이 봤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군의관의 판단이 더 맞는경우가 많아
그렇다고 지금 당장 옮기라고 할 생각도 없다. 어떻게할지는 니가 결정해라. "

"....내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인사계원 부사수는 아직 새로뽑아도 되니까 잘 생각해보고 내일까진 결정해라"




그렇게 나는 계속 인사계원의 부사수를 하느냐, 다시 원래있던 소대로 원복(복귀)를 하느냐
두갈래길에 놓이게 된다.



그날저녁엔 잠이 오지않더라.


솔직한 마음으론 원래 소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랑 친했던 천사 분대장과.. 맞후임도 있고.
소대내의 그 끈끈한 분위기가 너무 그리웠다..

계원들이 쓰는 생활관은.. 계원들은 모두 업무가 다르기때문에 서로 일을 각자하고
끈끈함이 같이 작업을 하고 같이 눈을쓰는 일반소대를 절대 따라가지 못했다.


근데 또 돌아갈생각하니 막막했다.


3월내내 주특기훈련이 있었다. (4.2 박격포를 연습하는 훈련)
나는 그 주특기훈련에 참여하지 못했고.. 내 맞후임은 그걸 다 했다.
지금와서 돌아가면? 난 짬은 높지만 주특기는 내 맞후임보다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온다.


완전 호9나 다름없어진다.



그래서 잘 생각해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난..

원래 소대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큰건 역시 간부들과 함께 생활해야한다는것.. 그게 가장 컸다.
아무리 힘든일을 해도 병사들끼리 한다면 그건 그리 어렵지 않다. 훈련소에서 느꼈다.

결국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소통하며 고통을 나눌수있다면 그것은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2년동안 간부들과옆에서 지내며 그 온갖 짜증을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덩달아 소대생활을 하다 왔기때문에
난 그 다같이 소대원끼리 작업을하고 끝나고 와서 다같이 냉동을 돌려먹는.. 그맛을 알기때문에
조금더 끈끈한 군생활을 하고싶었다.



몸은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편하기 vs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몸은 편하기




두갈래의 길에서

나는 전자를 택했다. 그냥 몸이힘든게 낫지 도저히 업무의 스트레스는 더이상 받고싶지 않았다.



2월말쯤에 인사계원 부사수가 되었는데..

3월말에 나는 다시 원래있던 박격포 소대로 복귀하게 되었다.


때는 2013년 3월이다. 내가 10월에 입대했으니 일병2호봉때다 ㅠ.ㅠ




ps

생각보다 귓을주시는분들이계셔서 놀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제가 전역하는 시점까지 이어지며.. 굉장히 길어질거 같습니다.
같이 박격포 주특기를 하신분들도 계시고 신기하네요 ㅎㅎ

제글로써 군대에 다녀오신 선배님들은 그냥 예전에 나도 저럴때가 있었지ㅣ~~추억할수있으면좋겠고
아직 못가신분들은 저런생각으로 저런생활을 하게되는구나.. 참고하심 좋을듯 합니다~~
담편부턴 내일또쓸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