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전설은 왠지 모르지만 과거부터 대구, 부산지역에서 인기가 많았다.
서울이나 수도권 지방에서는 바람의나라나 리니지가 대세였다면
대구와 부산지역 피시방을 가면 어둠의전설을 하는 유저로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 유년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던 나에게 어둠의전설이라는 게임은
항상 부산이라는 이미지가 오버랩되어있었고 10여년만에 어둠의전설에 복귀하여 접수하자
어린시절의 향수가 바닷물처럼 밀려와 바닷바람의 냄새가 풍겨오는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복귀를 하고 열심히 게임을 하며 즐기던 나는 심심타파라는 길드를 가입하게되었고
길드마스터인 프레리아를 비롯한 부산유저들이 길드의 주를 이루고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역시 어둠은 부산이지라는 생각과 왠지 모를 뿌듯한 감정이 샘솟았다.
나는 열심히 길드활동을 했고 어린시절에 부산에서 자랐고 어둠을 그때부터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길드마스터인 프레리아는 "마! 그람 붓싼 와야지. 머하는데?"라며 오프라인은 주선했고
그렇게 나는 프레리아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프레리아를 비롯한 심심타파의 길드원 2명.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4명이 모였는데
"내가 쏘는 날이니께 양껏들 먹으래이" 라고 큰소리를 치는 프레리아에게 나는
"행님 역시 붓싼사나이답습니다"라고 칭찬을 하자 프레리아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마 니는 오늘부터 내 왼팔이데이. 기다려보그라 내가 특별메뉴를 준비했으니께"라고 말한뒤
삼겹살 기름을 모으던 그릇을 가져가더니 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설마 날 주려는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기겁하고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프레리아는 삼겹살 기름에 비빈 밥을 자신이 먼저 한숟갈 크게 떠먹고서는
"자 묵으라 맛잇게 비벼졋구마"라고 말하며 내 앞에 두고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네?"라고 반문했는데 그 순간 프레리아의 인상이 굳어짐과 동시에
같이 식사를 하던 설천화가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마, 느 **라마 어릴때 부산에서 살았다고 안했나. 행님이 줬는데 뭐가 와인데. 안쳐묵나"
"니 **로마 붓산에서 살았던거맞나?? 이새기 스파이새기 아니가?"라며 갑자기 욕설을 퍼부었고
뜬금없는 욕설과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아.. 아닙니다 행님.."이라고 이야기하며
기름범벅이된 밥을 느끼함을 참아가며 퍼먹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유년기만을 지냈던 나는 사실 삼겹살 기름에 밥을 비벼먹어본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매우 곤욕이었으나 살벌한 상황에 떠밀려 게눈감추듯 기름밥을 비웠고
그 모습을 프레리아는 "사내자슥이 잘묵으면서 가시나마냥 내숭떨기는 한그릇 더주까?"라고 물었고
나는 식겁하며 "아니에요 형님 배가 불러서 더 못먹을거같네요"라고 사양했다.
그러자 프레리아는 "마 그럼 우리 피시방이나 가자. 간만에 야배가서 애들이나 조사뿌자"라며
계산을 하러 갔고 결국 나는 삼겹살 몇점과 기름밥만으로 배를 채운채 떠나야했다.
피시방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어둠을 접속한뒤 야배로 모이는데 갑자기 아랫배가 슬슬 땡기는게
역시나 아까 먹은 돼지기름밥이 탈이 났던 모양이다.
이아에 캐릭을 세워놓은 나는 "프레형님 저 화장실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한뒤 화장실로 향햇다.
속을 비워낸후 자리로 돌아와서 야배를 향하려는 찰나 캐릭터의 윌화셋이 보이지 않는다.
"저 혹시 프레형님 저 화장실간 사이에 누가 제 컴터 건드린거 못보셨나요?"
"그런거 읎다 와 그라는데?" "화장실 간 사이에 윌화셋이 없어진거같아서요"
"마 븅신새갸 그건 내가 지금 끼고있다 안카나"
프레리아의 화면을 보니 세냐 캐릭터에 나의 윌화갑을 옮긴채 신나게 야배를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마 니같은 조밥캐릭터에 윌화 끼우는것보다 세냐에 끼우는게 낫지않나. 하루만 빌려도"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뭐 하루정도는 그럴수있다 생각한 나는 그러려니 넘겼고
인벤토리 하단에 내려놓았던 흑갑을 낀채 야배로 향해 열심히 적들과 싸웠다.
그렇게 한참을 즐기다 새벽 1시가 넘어가자 프레리아는 "마 이제 가자"라며
alt+f4를 눌러 순식간에 어둠의전설을 종료해버렸고 분위기에 떠밀려 나는 그냥 나올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찜찜했지만 설마 먹기야 하겠냐는 생각으로 '다음에 받지 뭐..'라며 피시방을 나왔고
그것이 나와 프레리아의 마지막 만남이자..
기나긴 추격전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걸 당시의 나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