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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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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2016.01.25. 04:27




멀어지네요. 나보고는 뭐래요. 뭐가요? 아니에요 됐어요.
뭐하시나요? 혹시 나 아세요? 아, 저번에 우연히 길에서 만났던가요?
뭐라구요? 아 실망했다구요?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새삼스레 왜 놀라요?
밖에 비가 오나요? 아쉽네요. 지금 빗방울이 떨어지면 나는 날 수 있을텐데 말이죠.
무슨 노래 들어요? 아, 그 노래 나도 알아요. 취하면 불러대곤 했지요.
옛날에는 울면서 불렀던 노래였는데, 지금은 가사가 왜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어요.
갈 데가 없어요? 나랑 술 한잔 하실래요? 못 드신다구요? 사실 그냥 해본 소리에요.
술 몇 잔 만으로 우리의 거리가 좁혀질 거라 생각했던 건 나의 착각이겠죠.
그래도 난 당신을 알고 싶어요. 또 나란 존재를 알려주고 싶어요.
하지만 맨정신으로는 자신이 없네요. 원체 부끄러움이 많은 탓이겠죠.
농담이에요. 눈물 먹은 별이 쏟아지는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은가봐요?
나는 너무도 민망해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데요.
내게 말을 걸어줘요. 끊임없이.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대해줘요.
미친 약쟁이에게 해줄 말이 생각이 나지 않나요? 됐어요.
그저 스쳐지나가는 한마디에 일회일비하진 않을 거에요.
보고 싶어요. 그대 외모 뿐이 아닌 살갖을 벗겨놓은 내면을.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겠죠. 외로움이 사무치면 사람이 이렇게 변하나봐요.
더 할 말 없냐구요? 너무도 많아서 딱 하나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한마디를 한다면. 글쎄요. 그리워요. 당신의 모든 것이.
나와의 만남을 후회하나요? 그러시다면 나는 떠나겠어요.
당신이 먼저 떠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할 거란 걸 아니까요.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닫겠어요.
작별인사요? 굳이 억지로 토해뱉길 원하신다면 대답하겠어요.

행복하세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