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와도 말 한마디 건네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가 서 있는 이 곳은 어딘지, 또는 내가 지금 살아있기나 한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처방받은 약을 끊은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손은 더욱 더 심하게 떨린다.
약발이 없으니 정신마저 다자꾸 흐려지는 것이 마치 자아가 아득히 멀리 떠나가 버린 것 같다.
내가 떠나 보낸 것, 버림받은 것, 도망쳐 버린 것들이 전두엽의 앞부분을 면도날로 서걱대며
수면을 방해하곤 한다. 겨우 눈을 감고 잠이 들어도, 그마저 얼마 못가 악몽들을 꾸기도 한다.
사실 말이 나와서 그렇지 불길한 생각을 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생각만 하려 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그저 외로워서, 우울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들에게 칭얼대는 것도 어찌보면 잔인한 행위 같다.
아직까지도 철 들지 못한 게 참 부끄러울 따름이다.
글을 읽고, 글을 쓰고, 곱*어본 후에 한숨을 내쉬곤 써내려간 문장들을 모두 지운다.
이 짓을 몇 주째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재능이 없다는 것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감정마저도
무뎌져 버린 것 같지만, 아직도 설움이라는 감정이 내게 남아있다는것이 서럽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내 속에서 똬리를 틀고 점점 커가는데, 해소할 길이 마땅찮으니 먹먹하다.
희망의 숫자만큼 실망도 늘어간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러한 명제에 익숙해져야 할 나이도 된 것 같다.
이 계단이 나의 길이 아니라면, 마침 눈 앞에 마련된 다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
그만 굴러 떨어져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여도, 어느새 또다시 다른 색의 계단이 준비되어 있겠지.
그렇게 이 계단, 저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결국 나만의 길을 찾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간절히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