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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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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 2016.01.28. 11:52




마냥 걷는 것도 지친다. 여전히 밤바람이 차다.
말벗도 없이 하루를 침묵으로 보내면, 살아있다는 실감조차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생각은 많아지나, 언제나 해답을 찾기란 어렵다.
홀로 앉아 그저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다,
떠나간 사람이 그리운건지 아니면 그 사람과의 추억들이 그리운 건지.
보는 사람도 없으니 소리내어 울기도 하고 고개를 떨군채 조용히 읊조리기도 한다.
정말이지 어쩌다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닐까.
시린 가슴에 불씨가 되었던 열정과 희망은 꺼지고, 새카맣게 타버린 잿더미와 잔향만이
매캐한 흔적을 남긴다. 희뿌연 안개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감정 속을 헤매다,
마주하기 괴로운 자신을 만나곤 한다.

'나는 왜?'

매일같이 자문했지만 속이 시원했던 적이 없다.
사람이 고프지만, 관계에서 얻게 될 상실감이나 또다른 상처 역시 두렵다.
사고를 마비시키려 늘 마셔댔던 알콜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더 이상 찾지 않으려 한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하루가 꽤나 길어졌다. 자연히 생각도 더 많아졌다.
깊게 뿌리 박힌 고독감에 몸서리를 쳤으나 내성이 생겼는지 이제는 애써 담담한 척 해본다.
내쉬는 한숨에 뜻 모를 외로움이 서려있다. 연약하다는 증거이리라.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일이다만, 시간이란 길잡이가 이끄는대로 몸을 내맡겨야겠지.
하지만 여정이 너무나도 더디게 느껴지는 것은 스스로를 너무 학대했던 탓 아니었을까...

가슴이 먹먹한 오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