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게임실행 및 홈페이지 이용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12-
544 2016.02.05. 09:29



빗방울이 마당 한가득 쌓인 눈을 녹이는 새벽,
데미타세에 소주 한잔 따르니 그 나름대로 맛이 있다.
저당 잡힌 삶 속에서 이 정도의 여유라면 꽤나 호강인 셈.
퇴근길 택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멜로디의 잔향을 더듬어가며 곡명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 갈팡질팡 허밍만 읊조리는데, 그 꼴이 참 우습기도 하다.
한숨 섞인 자조가 방 안을 차곡차곡 채워 가는데 반해,
허기진 마음은 끊임없이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며 어린애마냥 떼쓰기 바쁘다.
복잡한 심사가 괴로워 오랜만에 취몽을 잡았다가 계속해서
떨리는 손 때문에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작용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모든 것에 가슴이 무뎌진 듯하다.
이렇다 할 기쁨도, 슬픔도 없이 그저 공글리며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
결국 허무하다는 말로 현재 나의 감정을 수식해야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Swing life away. 행복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