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일행이 피에트 마을에 도착한지도 이틀째 지나가고 있었다.
래트가 구해온 엑스쿠라눔과 각종 약재 덕에 빈의 상처는 눈에띄게 좋아졌다.
" 됐어. 이제 떠나데는 문제 없을정도로 호전된거 같아. "
"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들은 벌써 수오미마을을 지났을거야 서두르지. "
그렇게 그들이 피에트마을에서 벗어난지 한시간정도 되었을까?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시선을 돌린 래트일행의 표정은 굳어지고 말았다.
짝짝짝 ㅡ
박수소리와 함께 들려온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며칠전 전투를 벌였던 녀석들의 것이었다.
" 이야 너희들에게 정말 놀랐다구 ! 부상 입은 놈을 데리고 이렇게나 멀리 도망쳤을줄이야. "
커다란 나무위에 걸터앉은 무도가 녀석. .
저 녀석은 래트보다 더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던 놈이다.
그리고 그때 ㅡ
치캉 !
어디선가 날라온 매서운 단도를, 빈은 재빨리 품에서 아조스를 꺼내어 막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격.
하지만 빈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도와주려는 래트에게 외쳤다.
" 나는 신경쓰지말고 저 나무위에 있는 녀석이나 맡아 ! "
그러자 빈에게 기습을 가했던 도적 녀석이 웃으며 입을 연다.
" 남에게 신경쓸 여유도 있고 아주 좋은 자세로군. "
푸욱 ㅡ
불쾌한 파육음과 함께 내질러진 낮은 비명
" 크앗 . . "
도적 녀석의 단도가 빈의 어깨를 거칠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빼내어 역습을 가한다.
빈의 아조스에서 타오르는듯한 붉은빛이 쏟아져 나온다.
매서운 기운과 함께 적을 향해 찌르는 빈의 아조스.
그것은 도적의 스킬중 정점에 있는 암살격이었다.
빈과 도적의 전투를 나무위에서 호기롭게 지켜보던 사내는 즐거운듯 입을 열었다.
" 호오. 저 녀석 부상입은 녀석이 아니던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건가 ? "
그러자 래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이봐 진. 우리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라고. 서로 믿고서 등을 기대어 싸우던 때를 . .
나는 지금 저 녀석을 굳게 믿고있다. "
래트의 입에서 '어렸을 때' 라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진이라 불린 사내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진다.
화악 ㅡ 퍽 -
엄청난 속도로 나무에서 돌진해온 진은 래트에게 매서운 발차기를 날린다.
양손으로 간신히 막아내었지만 저려올정도로 강력하다.
" 어렸을 적? 그딴 기억 지워버린지 오래야. 너는 오늘 내손에 죽는다. "
살기를 가득담아 말하는 진.
그리고 그것을 보며 안타까운듯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래트.
" 난 너와 싸우고 싶지않아. 무엇이 널 그렇게 증오하게 만들었지? "
" 몰라서 묻는것이냐 ! 그것은 바로 네녀석 때문이다 ! "
그 말을 끝으로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진은 야수로 수화하기 시작한다.
포유류 계열의 수인이었던 그는 은백색의 털을 가진 거대한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수화를 마친 진의 모습은 며칠전에 보았던 늑대인간따위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해보이는 늑대인간이었다.
크 아아아아아 ㅡ ! !
엄청난 포효소리와 함께 돌진해오는 진. 래트는 그것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 빌어먹을 . . 이러면 똑같잖아. 역시 네녀석이 한수위라는 것인가? "
그렇게 말하는 빈의 몸은 크고 작은 상처 투성이였다.
암살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도적녀석의 백슬래쉬와 상위기술에 무참히 당하고 만것이다.
다시 자신에게 달려드는 도적녀석을 보고 빈은 비릿하게 웃는다.
그리고 자신의 인벤토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인벤토리 주머니는 부피가 큰 물건이라도 작게 축소해서 집어넣을수 있는 마법의 주머니였다.
그리고 빈이 꺼내든 것은 거대한 해골문양의 방패와 그와 맞먹을정도로 거대한 대검이였다.
그 모습을 보고 흠칫한 NE의 도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 스 . . 스컬나이트 방패? 네녀석은 설마 전직자인가 ? "
스컬나이트 방패.
그것은 민첩함을 주무기로 능력을 키운 도적이 들 수 있는 방패가 아니었다.
강력하고 육중한 힘을 가진 전사클래스, 그 중에서도 마스터급 이상만이 들 수 있는 방패.
도적이 만약 그 방패를 들 수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전사에서 도적으로 전직을 한 자일 것이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전직자중에서 마스터의 경지까지 오른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1개의 직업으로도 정점에 달하기 힘든 것인데,
2개의 클래스를 가진다면 노력이 몇배이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NE의 도적은 평정심을 잃기 시작했다.
녀석이 전직자가 맞다면, 눈앞의 상대는 아마 강해도 너무 강한 상대일 것이리라.
빈의 모습은 이제 도적보단 완전한 전사에 가까웠다.
그리고 도적을 향해 조용히 검을 겨눠세우며, 입을 연다.
" 내가 본 모습을 드러낸 이상, 넌 여기서 목을 내놓아야 할것이다. "
그말을 끝으로 순식간에 도적 앞까지 돌진한 빈은 그대로 대검을 내지른다.
그리고 그 대검은 알수없는 빛으로 감싸져 있었고,
도적에게 격중되는 순간 엄청난 빛무리를 뿜으며 산개했다.
그것은 전사의 필살기 매드소울이었다.
도적은 경악에 어린 표정을 지우지도 못한채 그대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치열한 전투를 끝내고 빠져나온 빈은 재빨리 래트와 비애를 찾아나섰다.
그렇지만 비애의 모습은 찾을수 없었고 저 멀리서 격투의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 빌어먹을 비애녀석은 대체 어디간거야. "
상처입은 몸을 끌고 힘겹게 소리의 근원지로 향한 빈.
하지만 그곳에서 볼 수 있었던 건, 매우 일방적이면서도 처참한 광경뿐이었다.
거대한 백색늑대에게 무참히 유린당하고있는 검은날개의 독수리.
그 독수리는 바로 래트가 수화한것이었다.
늑대녀석은 빈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챘는지,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듯 공중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래트는 힘을 다 잃고 수화가 풀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공격이 격중되면 아마도 래트의 생명은 여기서 다하게 되리라.
빈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전속력으로 래트를 향해 몸을 던진다.
--------------------------------------------------------------------------------------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