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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일요일
476 2019.03.24. 13:45


이른 아침 아버지가 앞장 서시고 동생과 나는 동네 목욕탕을 갔다.

그때는 왜 그렇게 목욕탕에 사람들이 많은지,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앉을 자리도 없거니와 온탕에 땟국물이 즐비해서 일찍 가야만 했다.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그기가 고통스러웠던 우리들은,

눈치를 보며 반쯤 걸터 앉아 있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아버지 큰손이 우리들의 한쪽 팔을 잡아끌어 당기셔서,

뜨거운 물에 상체까지 푹 담구게 만드셨다.

" 아부지 너무 뜨겁습니다."

" 야들아 때를 밀려면 목까지 푹 담겨야 된다. 딱 백번만 세어라."

인상을 찡그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백까지 셋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너털웃음을 지으신 아버지.

" 어~~ 시원하다. 몸이 뜨끈하니 좋제 야들아~."

손바닥이 쭈글쭈글 해 질때까지 온탕에 몸을 담구고 있다가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으면, 그때 부터 더 고통스러운 과정이 우릴 기다렸다.

아버지의 손에는 보기만해도 쓰라린 '이태리타올'이 끼여져 있었다.

반항할수 없이 온몸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있으면, 어김없이 칼국수 반죽같은 때가 후두둑 떨어졌다.

딱 거기까지. 고행의 과정이 끝나면 우리 세상이 된다.

목욕탕안은 우리 또래 아이들도 많아서 뛰어 다니다 미끌어 지고,

냉탕에서 물장구도 치고 난장판도 아니었다.

그럴때면 아저씨들 단골 맨트가

" 너거들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 안그라믄 고추때뿐다잉~~. "

아버지께서 이리오라 손짓하셔서 가면 손바닥으로 궁둥이를 한 차례씩 맞았다.

몸을 다 씻고 젖은 몸을 닦을때면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 주시던

아버지의 스페샬한 손놀림, 그 역시 아프기는 했지만 목욕탕 의식?의

마지막에 꼭 해야만 했던 행위 같았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꼭 사주셨던 단지우유.

집으로 가는 지름길을 놔두고 우리 세남자는 '북경루'에 갔다.

" 너거들 짜장면 묵을래? "

" 예~~!!"

동생과 나는 허겁지겁 입가에 시꺼먼 자장을 뭍혀가며 맛나게도 먹었다.

" 천천히 무라.. 누가 안뺏어 묵는다."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주시면서 한번 더 물어 보신다.

" 그리 맛있나? "

" 예~ 아부지 윽쑤로 맛있습니다."

" 짜슥들~ 다음에 목간 오면 또 묵으러 오제잉."


자장면을 맛나게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생과 나는 아버지의 양쪽에 서서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