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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동수
560 2019.03.26. 11:51

" 동수야 밥은 묵읐나? "

친구 놈 동수를 만나면 먼저 하는 인사가 그랬다.

" 아직 집에 엄마가 안와서.. "

" 맞나? 그라믄 우리집에 가자. "

하굣길에 만난 동수는 우리집으로 가서 부엌 찬장에 도화지 크기만한 마른김과 간장을 꺼내고,

아랫목에 이불로 덮어 놓은 밥 한공기를 꺼내서 나누어 먹었다.

어떨땐 마아가린에 간장과 비벼서 먹기도 했는데,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기막힌 맛이 났다.



국민학교 시절 나름 대도시에 살았지만,

동수와 우리가 살던 동네는 '하꼬방" 도 있고 공중변소에서 볼일을 보던

참 지지리도 못살던 동네에서 함께 살았다.

'똥푸소' 지겟군이 있어서 변을 퍼주고 동네 언덕 밭에 거름주고 작물을 키우던 그런 동네였다.


" 동수야 인제 우리 뭐하꼬? "

" 아들(아이들)있으모 '다망구' 하든지 '깡통차기' 하던지 그라자."

" 그래 공터 가보자. "

동네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고 허름한 집들중에 유독 공터가 너른 폐가 앞으로 갔다.

지금은 아이들이 학원이다 방과후다 모여서 놀지 못하는 오후2시에,

약속이나 한듯이 코찔찔이 아이들이 바글바글 했다.

돌빡,맹식,똥수,섭섭이 우리 친구들과 있으면 뭐가 그리 재미났는지.

너나 할것없이 형편이 넉넉지 못한 우리들은 깡통 하나, 돌맹이, 나무작대기만 있어도

온갖 놀이를 만들어 놀았다.

아버지나 형이 만들어 주었거나 손 재주가 있는 아이들은 직접 장난감을 만들어 놀았다.

신문지로 만든 가오리연,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고무줄총, 대나무와 양파망으로 만든 잠자리채 등등

이따금 고무줄 놀이하는 계집아이들 고무줄 끊고 도망가거나 흙길 가운데 함정을 파고 숨어서

몰래 구경하는 개구진 장난도 많이 쳤다.

그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서산에 노을이 질때면,집집마다 밥짓는 연기가 굴뚝위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하나 둘 각자의 집으로 돌아 갔고 맹식,똥수,나는 오늘 얻은 구슬과 딱지같은 잡동사니를

꺼내놓고 자랑 하고 있을때 였다.

저 멀리 맹식이 어미니께서 부르신다.

" 명식아~~~ 이놈 자슥아 밥때 되서 안들어오고 뭐하노! 퍼뜩 들어오이라!! "

" 엄마 쪼메만 더 놀고 가께예. "

그러고 쭈그려 앉아있다가 연탄집게들고 쫒아 오시는 맹식이 어무이께 맹식이는 질질 끌려갔다.

" 야들아 내일 보제이~~"

" 그래 맹꽁맹꽁 맹식이 잘가래이~~"

명식이 어무이께서 우리들도 빨리 집에 가라며 손짓을 하고 가신다.

" 동수야 우리도 가자."

" 그래."

이미 어두컴컴해진 길을 함께 걸어가다 동수가 먼저 뛰어간다.

" 썹썹이 내일 보재이~ "

" 그래 잘가라~"



' 동수야 우리집에 가서 밥묵고 가라 '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 집으로 돌아간다.








- 동수야 거서 잘사나?

오늘 아침에 눈을 떳는데 니가 윽쑤로 보고 싶드라.

그날 니를 손 꼭 붙잡고 우리 집에 댈꼬 갔으야 됐는데..

우리집에서 밥도 묵고 잠도 같이 자고 학교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낀데..

미안타 동수야.. 니캉 다시만나는날 내꺼 딱지 다 따묵어 뿌라!

거서는 맛있는것도 마이 묵고 좋은옷도 입고 만날천날 어무이랑 꼭 붙어서 어리광도 부리고

그리 잘내고 있그라이.



그날 밤 굴뚝 위로 올라가야할 뭉게 구름이 방안에 가득차서

동수와 동수 어머니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