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딘의 부활(4)
부제: 루딘의 창
["자신의 귀를 자른 이유가 무엇이냐..?"]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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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떠나갈 정도로 시끄럽던 주점이 순간 적막이 흐르고,
주정뱅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경쾌한 음악도 어찌 된 영문인지 멈춰 섰다.
주점의 모든 눈은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고,
루씬만이 온몸을 벌벌 떨며, 바닥에 머리를 박고 양손을 비비며 울부짖고 있었다.
커다란 장검을 뽑아든 알프레드는 칼끝을 루씬에게 겨누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루씬 이 XX, 너 같은 놈이 감히 나를 능멸해? 제시한 놈이 나쁜 놈이라고 했겠다..?
저 영감탱이와 볼일이 끝나면 너의 그 주둥이를 뭉개버리겠어!"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영감탱이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가던 알프레드는
그제서야 루씬이 자신을 능멸한 걸 알아차린 것이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루씬의 멱살을 잡고 양볼을 사정없이 갈기고 내동댕이 쳤겠지만,
며칠 전 대평원에서 그 일을 겪은 후 알프레드도 저 영감탱이의 정체에 대해 몹시 궁금해하고 있었고,
일부러 오늘 이 영감탱이를 만나러 밀레스 주점에 들린 것인데 루신 덕에 명분까지 생겼으니,
알프레드 입장에서는 루씬이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다르게 루씬을 털끝 하나 건들지 않고 겁만 주었던 것이다.
이 속 사정을 모르는 루씬은 자신의 입방정을 한탄하며 제발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무릎과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양손을 머리 위로 비비고 있었다.
한곳을 응시하던 주점의 모든 눈은 오랜만에 싸움 구경을 실컷 하겠구나란 기대감과는 달리
싸움이 싱겁게 끝나버리자 다들 아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정뱅이들은 그 짧은 순간 모두 잊어버린 듯
자신들끼리 왁**껄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알프레드는 처음 기세와는 달리 저 영감탱이에게 한발식 다가갈수록 신비한 기운
에 압도당하여 선뜻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평원에서 느낀 기운과 비슷해. 범상치 않은 영감이군'
짧은 거리임에도 저 영감탱이에게 다가가는 시간이 이토록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아마 기분 탓일 것이다.
알프레드는 심한 독감이라도 걸린 듯 온몸에 식은땀이 흘렸고, 심장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영감탱이와의 거리는 고작 한 자'
도저히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루어스 제1근위대장으로 취임한지 3년이란 세월 동안 숱한 전쟁을 치르며
누구보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으로 무장됐다고 자부한 알프레드였다.
하지만, 한 자 앞에서 바라본 이 영감탱이는 거대한 태산과도 같았고
자신은 작은 티끌만도 못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어떤 말이나 행동도 못한 채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얼굴은 비 오듯 쏟아지는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아무 말도 못 하는 알프레드를 향해
누린내 섞인 악취를 풍기는 이 영감탱이가 드디어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서있지 말고 앉게나."
알프레드는 둔기에 맞은 듯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영감탱이의 짧은 말 한마디 속에 위압적인 기운을 느낀 것일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프레드는 쏟아지는 눈물과 땀은 무시한 채 바로 무릎을 꿇고
한 팔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울분의 소리를 내었다.
"자유를 외쳐라! 나팔을 불어라!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만 백성의 안위를 살펴주시옵소서.
루어스 제1근위대장 알프레드 인사드리옵니다. 루딘이시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