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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추억
1705 2020.04.22. 20:50

 
 어릴 때는 별 것 아닌것에도 즐거움을 느꼈다.
 레벨 11을 찍고 재접속을 하면 체험판이 끝나니까 레벨 10짜리 캐릭만 계속 키웠는데
 체험판이 레벨 40으로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운영자 만세를 외치던게 기억난다.
 
 2써야배를 목숨걸고 하면서 파도가 콘도가 등 레벨 40까지 키운 야배도가만 셀 수 없었고
 신규서버 오픈이벤트로 한 달간 무료라는 소식을 듣고 시작했던
 이아서버에서 정말 열심히 캐릭을 키웠다.

 그렇게 시작한 이아서버가 가장 오랫동안 플레이한 기간이자
 가장 어둠에 열성적이었던 시기였지만 최종 캐릭터는 고작 갓승전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룬을 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돈 아까워서 현질은 생각조차 못하고 부모님 눈치보며 게임하던
 시간도 없던 학생시절이었음에도
 그래서인지 아무것도 아닌 작은 발전에도 만족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조금씩 플레이 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할 수 있는 것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면서 즐길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추억으로 남게 된 것 같다.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해 비교가 안 될 만큼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나이가 되어
 그 때는 하고싶어도 엄두도 못내던 것들을 이제는 다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처럼 나 역시 지금보다는 그때가 더 재밌던것 같고 그리울 때도 있다.

 어제 저녁 누군가 사용한 확성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2006년도 어둠의전설이 그립네요.. 그땐 게임이 순수했는데"

 평소라면 또 누가 감성팔이하네 라고 생각하며 지나갔겠지만
 어제는 무슨 이유인지 대답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확성기를 통해 그 사람에게 답장을 날렸다.


 "그땐 게임이 순수한게 아니라 님이 순수했던거에요"


 생각해보면 비매너 행위는 과거에도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유저에게 소루마와 나르콜리가 걸리던 시절,
 무기점을 가는데 왠 정신나간놈이 계속 나르콜리를 걸기도 했고
 누가 쩔해준다고 해서 우드랜드 14존을 갔더니 피케이하고서는
 시체를 찾으러 오면 계속 나르콜리를 해서 못찾게 하더라.

 자맨퀘를 하러 오솔길을 가면 길막들이 널부러진 시체들 사이에서 조롱하던 기억도 난다.
 길막 피케이범을 신고하면 게임시스템이라며 제재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유저들은 길막때문에 템 다 날려서 접는다고 운영자가 관리를 제대로 안한다며 욕을 했다.

 약관으로 조치가 모호한 부분들에 대해 유저들이 자율규제할 수 있도록
 범죄자길드 시스템이 하나의 컨텐츠로 도입되었지만 결국은 고서열들의 악용으로 사라졌다.
 과거나 현재나 그 안의 사람들은 다르지 않다.
  
 내가 그렇게 순수하게 플레이하며 추억하게 된 그 시기에도
 누군가는 사기를 치고 피케이를 하고 고서열들은 그들만의 정치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있는 것들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좋은 추억을 쌓았다.
 
  
 가끔은 역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많은 복귀유저나 올드유저들이 망하고 순수함이 사라졌다고 욕하는
 지금의 어둠의전설도 새로 시작하는 누군가에게는
 훗날 추억하게 될 시기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누군가는 어두운 로그인 화면과 마을이 존재하던 그 시절이
 진정한 어둠의전설이었다며 추억하지만 나의 어린 게임친구들 중에는
 자신이 초등학생 시절 초원에서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초원을 돌던 시기가
 자신이 어둠을 하며 가장 재밌었던 시기라며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순진했던 초보유저들을 피케이하고 시체를 먹으려고 나르콜리를 걸던 방해꾼들처럼
 지금도 조금은 달라진 형태로 유저들을 괴롭히는 유저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훗날 추억할 수 있는 게임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꾸준히 유저들이 돌아오고 조금씩 쌓여가는 구조로
 지금처럼 유지만 되어주더라도 고마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