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온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바다 위에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이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본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 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역시 겨울철에 눈이 내리는 게 참 아름답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