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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왜 글을 쓰시나요 ?
710 2021.11.27. 04:18

열 번째 디저트





지금 어른도 아이도 아닌 서른하나,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데
역경과 인내를 거쳐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건방지지만, 상상 속의 나의 어른이 된 모습이 현실이 되고부터
그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역경도, 돈도, 노력도 아닌 사람이었다.

나만 진심이었던 관계, 내 마음만 이용당한 관계.
나는 마치 내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자책했고,
끊임없이 나를 몰아세우고 목을 졸랐다
그런 사람이었다.

망가져가는 정신을 이성으로 이해하고 분리하여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을 이어가는 내 스스로가 역겨울 즈음, 번아웃이 왔고
속옷 바람이 된 내가 있던 곳은 휴식과 회복의 신이라 소개하는 이아의 앞이었던 것 같다.

혼돈 속에 태어난 과거가 없는 자여, 비록 무에서 만들어졌으나
비로소 유가 되었으니 그대 스스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갖게 될 것입니다.

단순한 시적인 표현이 담긴 환영의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천천히,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어렸을 때 잠깐 했던 게임이라, 이도 저도 아닌 지금의 나 같은 어설픈 내 캐릭터는
꽤나 방황을 했고, 그러던 중 좋은 사람들과 만나 천천히,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십 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처럼 챙겨준 고마운 분들.

그런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제법 늠름해진 캐릭터처럼 나의 정신도 같이 성장한 게 느껴진다.

자책을 일삼던 하루하루가 쌓여 자존감이 없던 내게,
평생을 잊지 않고 감사하고 싶은 사람이 해준 말이 있는데

'같이 지내본 너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야. 마음을 준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너를 몰아세우고 스스로를 바꿀 게 아니라 나쁜 사람은 걸러내면 그만인걸,
자책과 불신으로 피폐해지지 마. 네가 아까워'

이 채팅을 읽어가며 울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이게 게임 속에서 일어난 일임에 더 놀랐고..
너무 위로가 되었고, 감사했다.

그날 이후로 이곳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 같다.
위로의 마음이 담긴 무조건 적인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의 이야기를 살짝 어둡고 달콤쌉싸름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잘 보고 있다는 한두 장의 편지 사이에 어쩌다 이렇게 글을 쓰시냐는 질문이 있었다.
접속하는 시간대도 이렇다 보니 일일이 답장이나 귓속말도 못하지만,
글쎄.. 나는 나를 울린 멋진 위로를 해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아직은 자신이 없어 확신도 없는 붙임성이 없는 나인지라
한사람 한 사람에게 멋들어진 멘트는 날릴 수 없지만,
이 감사한 일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준 마이소시아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보답하고 싶다.

매력 있는 디저트는 너무 달지 않고 달콤 쌉싸름한 맛이 난다.

세상에 너무나 많은 사유가 있어서,
막상 쓰러지면 일으켜줄 사람이 없을까 봐 억지로 버티고 있는
씁쓸한 문제 한둘 씩은 당연한 게 요즘인 것 같다.

항상 달콤한 일만 일어나면 좋겠지만, 사람은 무적이 아니기에
이곳에서 만날 인연들에게, 내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내가 얻은 위로로 씁쓸한 맛에서 달콤 쌉싸름해진, 내 솔직한 마음이 전해져
나와 같은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가끔 디저트처럼 한 번씩 찾아보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서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감사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디저트 같은 글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 귀중한 경험으로 자리 잡은 이곳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