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과거에는 무기가 될수 있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지뢰와 같다"
!!
웹서핑 중 우연히 본 구절인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찾아보니 딥플로우(deepflow)라는 래퍼가 한 말이더군요.
이 래퍼는 힙합씬에 생기는 미디어의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배척하던 입장이었지만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노선을 바꿨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태도를 디스하던 래퍼들조차
훗날 미디어에 순응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최근에는 재평가를 해야하는것 아니냐는 여론까지 생기고 있지요.
이런걸 보면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것 같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왜 볼만한 글이 없는가?에 대한 생각을 짧게 적어봅니다.
1) 게임의 변화
예전에 왔던 편지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요.
시인의 마을을 몰랐던 유저분이, 서쪽 대륙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며
아무 게시판이나 눌러보던중.. 우연히 본 글이 너무 재미있었다구요.
이처럼 글을 읽고, 쓰는것에도 나름대로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과거엔 팀을 구하면서 혹은 무기업 같은 퀘스트를 하면서
게임 중간에 비는 시간이 많다보니, 쉽게 찾을수 있는 게시판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죠.
이제는 예전과같은 여유가 없을뿐더러
대부분 창모드로 게임을 하다보니 유튜브, 인방등의 대체제가 생겼습니다.
모바일로 쉽게 볼수있는 메신저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구요.
그에비해 게시판은 20년전 모습 그대로니 사용자가 줄어들수밖에 없죠. T_T
2) 나이를 먹는 유저들
과거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수백개씩 적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 두려움 같은걸 가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글을 쓸때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내가 쓴 글이 어떤 목적으로 보일지 생각하고
또 괜한 오해를 사진 않을까 걱정도 해야되고
사서 조롱이나 듣는건 아닐지, 쓸데없는 일을 하는건 아닌지
옛날과는 다르게 잡념(雜念)이 많아졌습니다.
시편에 감성적인 글이 아무렇지않게 올라오던 시절과는 다르게..
유저들도 나이를 먹으며 시간이 흐른만큼
특별한 목적 없이는 게시판에 글을 쓰지 않게 되는것 같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씀으로써 얻는 소소한 자기만족이
이제는 글을 적는 그 짧은 시간보다도 작게 느껴지는 것이죠.
3) 글이 가진 힘
시인의 마을을 처음 접했던 때를 기억합니다.
[인생]님의 NPC 이야기 였는데 어린 나이에도 엄청 몰입해서 봤던 추억이 있네요.
최근에도 그런 경험을 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진 않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글이 갖는 힘이. 예전에 비하면 크지 않다고 느낍니다.
특정 정보나, 소식을 접할때 우리는 글에 의존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어요.
대부분 유튜브로, 영상으로 보죠. 그것도 짧게 편집된 영상을 보곤 합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그런 영상도 휙휙 넘기는 일이 다반사에요.
이제는 한 페이지의 글조차 정독(精讀)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게임내에서 [글]이라는 매개체는 예전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시인의 마을이 현자의 마을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의 위상이었지만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은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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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 생각합니다.
사실 [20주년]이 말이 20년이지, 이렇게 오래된 게임이 몇이나 있겠어요.
분명 글이란 마이소시아에서 큰 무기가 될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부당한 일이 있거나, 불합리함을 겪을땐
글로써 문제를 제기하고,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경우를 자주 볼수 있었죠.
다양한 의견들이 게임내의 여론으로 확산되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때도 많았구요.
게시판 문화만큼은 어떤 의미로든 시대를 앞선 게임이었다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징징대면 패치해준다는 말이 있듯
건설적인 비판과 토론보다는,
이목을 끌기위한 자극적인 글이 많아진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글도 인스턴스 식품처럼, 가볍고 빠르게만 소모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투박하지만 다양한 메뉴가 있었던
그 시절의 게시판이 종종 그리워 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P
다들 추억의 메뉴가 한개쯤 있잖아요?
언젠가 다시 글이 무기로 사용될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이제는 게시판도 댓글 기능이나, 간단한 스크린샷 정도는 올릴수 있도록 바뀌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