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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어둠도서관] PAGE 3
617 2023.05.19. 11:14

여러분들의 그때 그 시절들을 게시판에 대신 적어드립니다.

* 이야기는 재미를 위해 (많이) 각색될 수도 있습니다.
* 제보는 편지로 부탁드립니다.
* 그럴일은 없겠지만 여러분의 이야기가 많이 쌓일 시 순차적으로(주관도 조금 섞인) 작성합니다.
* 본 게시글은 신 클라이언트에 맞게 작성 되었습니다.
* 익명을 원하신다면 지켜드립니다.


사촌형의 권유로 어둠의전설을 시작했다가 죽기 직전까지 맞은 이야기

제보자 익명

--

<귓속말, XXX님은 마이소시아에 없습니다, 접속>

어둠의전설이 무료화 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삼촌 집에서 본 사촌형은 주구장창 게임만 하고 있었다.

당시 파란색 헬나이트 아머와 헬2를 끼고 암살-매드-크래셔를 쓰는 형의 캐릭터는 제법 멋져보였다.

그렇게 형 옆에 앉아서 게임을 구경하는 중에 사촌형의 함께하자는 권유에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형은 무슨 스킬 쓰기만 하면 체력이 없으니까 내가 체력 채워주는 성직자를 할게."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그럴듯한 이유로 성직자 캐릭을 키우게 되었고,
학교를 마치면 집에 튀어와 자기 전까지 꼬박 한 달을 투자해서 지존을 찍게 되었다.

당시 기준으로 체력이 3.5나 되던 괴물같은 형의 캐릭과 함께 사냥을 하면 마나가 항상 부족했고 형은 항상 잔소리를 했다.

"아 이래서 갓직이랑 사냥하는거 아닌데."

좀 부족해도 사촌동생인데 같이 사냥 해 줄 수도 있지 참 야박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형은 나와 함께 사냥을 가주지 않았고 나는 그게 참 속상했었던 것 같다.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지 않고 있던 형은 거의 매일 같이 어둠의전설에 접속해 있었고,
유일하게 형이 없는 시간은 운동을 가는 오후 6시에서 8시 였다.

나는 저녁을 먹고 사냥을 하던 중 또 갓지존이라며 조롱을 당했고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사촌형의 아이디로 귓말을 보냈다.

XXX> 야이 XX놈아. 내가 갓지존인데 뭐 어쩌라고

XXX님은 마이소시아에 없습니다.

XXX> XX같은게 맨날 게임이나 하는게 자랑질은 XXX야

XXX님은 마이소시아에 없습니다.

XXX> 너 같은걸 아들이라고 달고 사는 삼촌이 불쌍하다 XX

XXX" ?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며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떴다. 어 이게 왜 보내지지?

사촌형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사촌형의 집으로 튀어오라고 했다. 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집으로 향했다.

중고등학교 운동부 출신에 운동을 그만 둔 뒤로도 매일같이 괴물같은 형들과 운동을 하던 사촌형은,
나에게 어떤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나는 그 날 진짜 사람이 맞아서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형의 주먹을 막다가 오른쪽 팔 뼈가 부러졌다.

가족들이 사촌형이 왜 그랬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사촌형 역시 누구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 이후 형은 내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운동을 그만두기 전 코치?를 다시 만나러 갔다.

현재는 후학 양성을 위해 교육자의 길로 가게 된 사촌형과 가끔 술을 마시면 그때 그 이야기를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덕분에 정신을 차리게 돼서 고맙긴 한데, 그때 진짜 나를 죽여버리려고 했다는 사촌형의 말.

나는 지금도 나보다 두배는 큰 형의 팔을 보며 아무런 말 없이 씨익 웃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