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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녀가 무슨 게임 하냐고 물어봐서 솔직하게 말했던 이야기
제보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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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녀, 어둠의전설, 선택>
살면서 많은 게임을 해 왔지만 이상하게 어둠의전설만큼은 1~2년에 한 번씩 꼭 집중을 하게 되는 시기가 오게 된다.
어떻게 또 어둠의전설에 빠져들게 된 어느날, 나는 매일 8시마다 2시간씩 사냥을 떠나는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평일 5일 동안 항상 2시간씩 사냥을 하는 팀이었고, 퇴근 후 회식은 커녕 야근도 단호하게 거절하고(과장님 죄송합니다)
게임에 집중을 했다.
그러던 중 친구와 함께 주말에 술을 마시게 되었다.
한참을 놀던 친구는 휴대폰을 보며 자신의 아는 동생 둘이 근처에 있다는데 합류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기전에 물었다.
"이쁘냐?"
친구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들의 사진을 보여주었고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20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두 명의 여성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는 단발머리의 그녀. 향수인지 샴푸인지 향기가 좋아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나는 헤어질 무렵 그녀의 번호를 얻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가면서도 평일 8시부터 10시까지의 시간은 철저히 지켜졌다.
"오빠, 왜 맨날 8시부터 10시까지 사라져요?"
갓난아이도 알만큼 티가 나는 2시간의 공백,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취미생활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자기도 같이 할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같이 할 수 있긴 한데... 근데 이걸 같이 해도 되나...? 아니 애초에 괜찮나..?
어둠의전설을 하며 착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마이소시아.
이곳에 나의 그녀를 데리고 오고싶진 않았다.
같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자 그녀는 굉장히 시무룩해 했고 같이 안할테니 무엇인지만 가르쳐달라고 했다.
나는 또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둠의전설'이라고 말했다.
"어둠의.. 전설? 그게 뭐야? 오타쿠 만화같아요."
"아, 만화는 아니고... 온라인 게임인데. 음, 그 RPG? 메이플? 던파? 이런거야."
"아~ 그렇구나. 매일 게임 하느라 나랑 연락이 안됐던거구나~"
그녀의 반응에 나는 쩔쩔매며 변명을 해댔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에요, 장난. 아무튼 게임때문이라 이거죠? 알았어요. 그 정도는 이해해줘야지."
나는 천사같은 그녀의 모습에 또 한번 감동했다.
그러나, 그 이후 그녀의 반응이 묘하게 달라졌다. 분명 평소와 비슷하지만 묘하게 차가운 답장.
나는 영문도 모른 채로 조금씩 그녀에게서 멀어져만 가는 기분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야, 너 아직도 어둠의전설 하냐?"
"어? 어 . 하지 그럼?"
"너 걔한테 어둠의전설 한다고 말했지?"
"...어."
"으이구 X신아 걔가 너랑 같이 해보고 싶어서 들어갔다가 별의 별 잡놈들을 다 만났다더라."
"설마."
밀레스 마을에서 팬티만 입고 '여자임?'을 묻고 성희롱을 하는 놈.
방쿠, 확성기로 음담패설, 패드립을 치며 싸우는 놈.
외치기로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 놈.
... 조졌다.
"그런 게임에 빠져서 매일 연락도 안되는 시간이 있다는게 좀 그렇다던데."
"아니, 게임 때문에?"
"게임 접는다고 하면 생각해 본다고 하더라."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모니터너머의 내 캐릭터를 바라봤다.
월화와 암목, 생목, 암,생벨 등. 과연 이것들을 그녀와의 미래랑 비교할 수 있을까.
현생이냐, 둠생이냐. 당연히 말도 안되는 비교였다.
그래,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나에게는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친구에게 말했다.
"걔한테 그동안 즐거웠다고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