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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능을 책임진 그 형
제보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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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반, 고려대, 온라인 과외 >
나는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 했지만 학문을 닦는데에는 흥미가 전혀 없던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운 좋게 전교 50등을 했다.
당시 공부를 잘하는 학생 40명을 모아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었고,
집이 가깝거나 기숙생활을 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이 거부를 하면서 50등인 내게 기숙사 입실의 기회가 찾아왔다.
매 시험마다 100등 안에 들면 '오 이번엔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런 공부쟁이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공부 잘하는 애들만 갈수 있다는 OO고 기숙사를?!' 하며 날 반 강제로 그 기숙사에 처넣었다.
17년을 그래 왔듯이 나는 1차원적인 욕구를 이기지 못해 공부는 뒷전이었고
3층이었던 기숙사의 창문 옆 배관을 타고 내려가 편의점에서 음식을 공수해와 친구들과 나눠 먹고 놀기만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중고나라에서 중소브랜드의 넷북을 5만원에 팔고 있는 것을 보았고 나는 홀린듯 그것을 구매했다.
사감선생님 방에 몰래 잠입하여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훔쳐낸 뒤 사감선생님 방과 가장 가까운 방으로 짐을 옮겼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으나 당시 유행하던 X이플이 넷북에서 돌아가질 않았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던 찰나, 어둠의 전설이라는 저사양갓겜을 생각해냈고, 예전에 키웠던 도-전 캐릭을 찾아냈다.
그렇게 오랜만에 접속한 도전 캐릭은 헬2과 헬나이트 아머를 낀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새벽 2시, 3시. 모든 학생들이 윗층의 정독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시간에 나는 방에 내려와 넷북으로 어둠을 즐겼다.
"야, 그게 그렇게 재밌냐?"
"너는 엉덩이 긁은 손가락 냄새가 좋아서 맡니?"
"?"
내 알 수 없는 비유에 룸메이트는 한숨을 쉬며 수학의 정석을 들고 올라가곤 했다.
그렇게 항상 새벽녘에 게임을 하며 친해진 형이 있었다.
그 형은 본인이 재수를 하던 시절 어둠의 전설을 즐겼고, 현재는 재수에 성공해서 고려대학교에 재학중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고려대는 진짜 에바아님?;; 재수하는데 어둠의전설 하면서 어케 고려대를 감;;"
"ㅋㅋㅋ 사실 구라임, 허언증 출동함;;"
진짜 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형은 항상 고려대라고 말한 뒤, 자기는 허언증이 있다고 웃어댔다.
그러던 중 고2 6월 모의고사에서 멸망을 한 뒤 기숙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형에게 하자 형이 자기가 과외를 해준다고, 어둠의전설을 켜놓고 공부를 하다 모르는 걸 물어보라고 했다.
나는 반쯤 웃으며 진짜 그렇게 해보겠다며 책을 펼치는데 문득 형이 진짜 고려대인지가 궁금했다.
전교 1등 친구에게 가서 그 친구가 푸는 쎈 수학이라는 문제집의 난이도 최상 문제를 들고 와서 형에게 물었고,
형은 상세한 풀이와 함께 친절하게 그 문제를 가르쳐줬다.
심지어는 그 문제의 풀이는 답지에 적혀있는 것 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나는 묘하게 설득력이 생겨버린 고려대생에게 온라인으로 과외를 받기 시작했고 마침 같은 이과생이었기에
언어, 수리, 외국어 심지어는 지구과학, 물리 까지 형의 공부법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공부가 힘들어지면 형과 함께 2인 백작사냥을 떠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형은 묵묵히 나를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전교 100등에서 머물던 나는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며 전교 15등까지 성적을 올릴 수 있었고
특히나 모의고사 성적이 수직상승했다. 3,4등급 어쩔 때는 5등급 까지 받던 과목들이 2등급 선 까지 올라갔다.
성적이 오르자 공부에 재미가 느껴졌고 가을이 되자 형은 나에게
"이제 수능까지 어둠의전설 접고 딱 2달만 열심히 해 봐."
나는 형 없이 새벽에 공부를 할 자신이 없었지만 형의 말을 믿고 9월부터 11월 수능까지 어둠의 전설을 접기로 했다.
고등학교 1, 2학년때 조져놓은 내신 때문에 수시로는 인서울을 하기가 조금 애매했고,
남자답게 정시 파이터로 승부를 보기로 결심했고 수능 당일.
나는 '이거 잘하면 sky 되겠는데?' 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가채점을 해 보니 sky는 커녕 서성한 최하위과의 예비번호도 간신히 받을 정도의 성적이었다.
나는 수능이 끝나고 새벽, 형과 매일 만났던 백작부인의 응접실로 달려갔다.
거기엔 익숙한 직법 캐릭터가 웃으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고려대가 생각보다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냐, 인마."
나는 웃으며 고려대, 성균관 상향, 경희대 소신지원이라고 말했다.
형은 가만히 나에게 프라보를 걸더니 말했다.
"그거 떨어지면 재수 할래? 형이 고려대 보내줄게."
나는 형에게 바투를 걸며 대답했다.
"ㄴㄴ 체마 올려야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