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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스서버 뿔장식 판매전문가 이야기
제보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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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뿔장식, 졸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2써클의 필수 퀘스트였던 여관 길드의 심부름과 비슷한 퀘스트 이벤트가 있었다.
각 마을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심부름을 해결하면 마지막의 NPC가 어떤 포인트를 지급하였고,
매일 그 포인트를 쌓아서 일정 이상의 포인트로 뽀대용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내용의 이벤트였다.
당시 막 대학생이 되었던 나는 어둠의전설에 돈을 쓰기에 너무 많은 술자리와 약속들이 있었기에 가볍게 게임을 즐겼다.
매일 매일 이벤트를 해치우며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아오던 어느 날,
포인트를 받기 직전 오류가 생기며 어둠의전설 게임이 꺼졌다.
"아 XX 똥망겜!!!!! 내 피같은 포인트!!"
극대노를 하며 키보드를 쾅쾅 내리쳤고 다시 접속을 하고 NPC를 클릭했다.
하루에 한 번 밖에 참여할 수 없는데 그런 천금같은 기회를 날렸다는 사실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수고했네! 여기 포인트를 주겠네.
하지만 천만 다행으로 NPC는 나에게 포인트를 지급했고 나는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수고했네! 여기 포인트를 주겠네.
스페이스바를 눌렀음에도 불구하고 NPC는 대화를 끊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대화창을 반복했다.
-수고했네! 여기 포인트를 주겠네.
딸칵.
-수고했네! 여기 포인트를 주겠네.
딸칵.
아무리 스페이스바를 눌러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NPC. 십 수년된 게임이 뭐 그렇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보유 포인트 3750
내가 스페이스바를 누를때 마다 NPC는 나에게 보상으로 포인트를 지급했다.
그렇게 내가 갖고 싶었던 뿔장식을 구매할 수 있었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기쁜 마음으로 게임을 종료했다.
그런데 다음날, 항상 하던 것 처럼 퀘스트를 진행하다가 문득 어제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Alt Tab을 누르고 작업관리자 창을 켠 뒤 강제로 어둠의전설을 종료했다.
그리고 다시 접속해서 NPC를 눌렀고, 그 NPC는 다시금 나에게 포인트 무한리필을 선물했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 뿔장식 하나씩, 이벤트가 진행되는 남은 기간 동안 총 20개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셔스서버의 뿔장식은 2천만원정도의 시세였고 나는 뿔장식을 판매하여 돈을 벌었다.
갑자기 졸부가 된 사람은 돈을 흥청망청 쓴다고 하던가, 나는 급격히 많아진 돈으로 초성이벤트 등을 열었고,
1등 상품으로 뿔장식을 나눠주었다.
언제 제재가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기왕 번 돈 남자답게 시원하게 싹다 청산하자는 생각으로
셔스 서버에서 시작하는 뉴비들에게 돈을 나눠주거나, 돈이 없어 체마를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며,
억쩔을 함께 받았다.
흥청망청 돈을 쓰는 게임, 베푸는 게임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당시에 더 욕심을 내서 아이템을 천 개 정도 모아서 돈을 벌었으면 어땠을까.
오히려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 없이 충분히 게임을 즐겼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