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그때 그 시절들을 게시판에 대신 적어드립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어둠도서관' 검색 후 1:1 채팅으로 사연 보내주세요★
* 이야기는 재미를 위해 (많이) 각색될 수도 있습니다.
* 제보는 편지로 부탁드립니다.
* 제가 접속해 있을때는 귓속말이나 직접 말씀하셔도 됩니다.
* 본 게시글은 신 클라이언트에 맞게 작성 되었습니다.
* 익명을 원하신다면 지켜드립니다.
* 사연 채택시 소정의 상품을 증정합니다.
손이 빨라서 욕먹은건 아니지 않나요? 이야기
제보자 익명
---
<초성퀴즈, 이벤트, 사기>
[우드랜드 대기실 앞 이벤트 함]
[최대 암벨까지]
[늦으면 손해]
어둠의전설을 조용히 즐기던 중 눈에 띄는 확성기를 봤다.
게임을 굉장히 라이트하게 즐기던 나는 왠지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암벨을 준다는 말에 홀린듯 리콜을 탔다.
어둠의전설을 주제로 한 초성 퀴즈에 나는 단 한문제도 맞추지 못했고,
지금까지 게임을 열심히 하지 않은 내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다음 종목은 내가 굉장히 자신있는 종목이었고 나는 손가락을 꺾으며 손을 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말 제일 빨리 따라하는 사람 당첨"
그 말을 보자마자 사람들은 쥐죽은듯 조용해졌고 심지어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말 제일 빨리 따라하는 사람 당첨'을 따라 쓰는 사람도 있었다.
바보같으니라고, 저건 시작을 알리는 말일 뿐인데.
"님 당첨. 피5."
그렇게 그 사람은 피5를 받아갔다.
나는 그때부터 손가락에 혈액을 옮기며 긴장을 했다. 나도 피5가 갖고 싶었다.
"다음은 엄돈 1억"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다음은 엄돈 1억'을 그대로 적었다.
그렇게 손쉽게 1억을 얻을 수 있었고 어쩐지 아드레날린이 샘솟기 시작했다.
"fdjsuafnfeuwbhq@@!"
생각지도 못한 영어에 다른 사람들은 '?'를 날렸지만 나는 침착하게 키보드를 두드렸고, 다음 당첨자도 역시 나였다.
그렇게 나는 스컬나이트의 방패, 날각 등 여러 아이템을 독식했고 사람들은 점점 나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밥처먹고 컴퓨터만 했노? 손가락 찢어버릴라"
"백수 새X 나가서 돈 벌어라"
나는 가볍게 'ㅗ'를 한번 날려주고 다시 모니터에 집중을 했다.
"다음 문어군"
"다음 문어군"
출제자가 다음은 문어군이라고 했고 나는 역시 그 말조차 가장 빠르게 따라했다.
출제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ㄴㄴ 이거는 문제 출제아님;; 님 양보좀 하셈."
나는 그 말도 당연히 따라했다.
출제자는 그 이후로 나에게 몇번이고 말을 걸었지만 앵무새에 빙의한 나는 지치지 않았다.
XX초등학교에서 한글날 기념 대회를 열었을 때,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의 나이로 긴글연습 '나의 사랑 한글날'을 890타로 돌파해 금상을 받았고
이후 X이플스토리 유명 비매너 길드에서 악질 채팅 유저로 활동을 왕성히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늙은 아저씨들의 피지컬은 싹다 쳐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출제자는 한숨을 쉬며 따라치기 이벤트는 끝내고 암벨, 생벨을 걸고 다른 이벤트를 한다고 했다.
이미 나는 많은 돈을 벌었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괜히 억지를 부리고 싶은 어린 마음에 출제자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 그가 하는말을 계속해서 따라했다.
출제자는 꺼지라고 욕을 하다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XX 때문에 이벤트 끝냄. 생벨, 암벨 날림 ㅅㄱ"
사람들의 원성은 삽시간에 나에게 도달했고 나는 '어쩌라고' 'ㅗ' 등 당당한 태도로 일관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바투를 걸고 밀며 쫓아냈고 나는 멀리서 그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아 ㅇㅋㅇㅋ 그러면 나한테 먼저 교환걸어서 1억 올리는 사람 생벨 드림."
또 나는 세상이 조용해짐을 느꼈다. 사람들은 출제자에게 무작정 1억을 올렸다.
약 20초 뒤 사람들은 출제자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은 뭔가에 홀린듯 계속해서 거래를 걸었고,
출제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지의벨트, 바다의벨트 등으로 교환을 시도했다.
저런 멍청한 사기에 속는 사람이 있나? 했지만 그는 이미 십수억을 벌었다.
그리고 그는 귓속말 거부를 누르고 유유히 사라졌다.
앉은자리에서 사람들은 몇천원을 기부했고 사라진 출제자는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 나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XX"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X 마 템 가온나
XX>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개웃기네 이XX들 XX아니가? ㅋㅋㅋㅋㅋㅋㅋㅋ
XX"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심 ㅋㅋㅋㅋㅋㅋㅋㅋ
XX> 암벨 ㅋㅋㅋㅋㅋㅋㅋ 생벨ㅋㅋㅋㅋㅋㅋㅋ진짜 ㅋㅋㅋㅋㅋㅋ
사실 나와 출제자는 미리 따라쓰기 문제를 공유하여 내가 1등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사람들을 속이고,
이후 생벨과 암벨에 혈안이 된 사람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남겨주는 은사님의 역할을 자처한 것이었다.
그 돈으로 친구와 함께 옷을 사고, 다른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미안한 감정은 들지만 덕분에 던전앤X이터 레압을 맞춰서 스펙업을 했으니.
너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이벤트를 주최하는 사람의 기분에서 글을 써보고 싶어 확성기도 구매하고 이벤트를 하려고 했지만
모인 사람은 고작 3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상품을 묻더니 욕을 하고 사라지시고(비싼템이 없어서 그랬나봅니다)
하지만 그 분에게 따로 귓말을 해 섭섭한 마음에 대한 보상을 드리려고 했는데 글을 쓰고 온 사이에 나가셨네요.
혹시라도 이 글 보신다면 연락주세요.
*연락이 닿았습니다. 섭섭하지 않게 보상드렸습니다 ^-^
좋은 하루 되시고, 가을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