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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전설이 저주받은 게임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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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운 좋게도 외삼촌이 큰맘 먹고 산 당시의 고사양 PC를 선물받게 되었다.
물론 외삼촌이 좋은 마음으로 우리 집에 선물을 한 것이 아니라,
외숙모 몰래 PC를 샀다가 바가지를 벅벅 긁히며 유일한 조카인 나에게 반 강제적으로 빼앗기게(?)된 것이지만.
당시 형은 공부 밖에 모르던 고등학생이었고, 아버지는 컴퓨터보다는 당구장을, 어머니는 컴퓨터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컴퓨터는 내 것이 되었고 당시에 나는 유행하던 스X크래프트, 디X블로2(특히 이 게임에는 내 청춘의 50%이상을 갖다박았다.)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모든 온라인게임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게임을 즐기는 중 유달리 애정이 많이 가는 게임인 어둠의전설을 접하게 되었는데,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나는 정액권을 끊을 수가 없어 하데스서버를 즐겼다.
하데스 서버에서 나름 고위 길드였던 곳의 간부?가 나를 귀엽게 봐준 탓에 길드의 감초, 귀염둥이, 막내 등의 역할으로 길드에 가입할 수 있었는데 아마 이 때가 첫번째 저주였던 것 같다.
당시 대학생, 아저씨 등 2,30대 들이 내가 사는 지역에서 정모를 한다고 했고 나는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기 전에 엄마한테 허락을 받으라던 어떤 형의 말에 나는 해맑게 웃으며 엄마에게
"엄마, 저 친한 형들이 정모한다는데 갔다와도 돼요?"
엄마는 무슨 정모? 라고 하시며 내 모든 것을 캐묻기 시작했고 결국 몽둥이를 드셨다.
그 와중에 술과 당구를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제법 잦은 빈도로 집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셨고,
그것을 보고 자라온 나의 하데스서버 아이디는 술처먹고개됨 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몽둥이를 들었던 것은 내가 어린 나이에 정모를 가니 마니 하는 것 보다,
아이디를 그따위로 만든 나를, 더 나아가서는 그렇게 만든 아빠와
그걸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신 당신에게 화가 나셨던 것 같다.
당연히 내가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키운 아이디는 단번에 삭제되었고, 한동안 어둠의전설을 접속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될 무렵 어둠의전설이 무료화가 된다는 소식에 나는 다시 어둠의전설에 접속했다.
열심히 캐릭터를 키우던 나는 학교에서 머리가 아파 조퇴를 하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걸음, 한 걸음 마다 급속도로 온몸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프로그래밍 된 컴퓨터처럼 나는 당연하게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둠의전설을 즐겼다.
그리고 오후 1시 반이 되자 엄마가 집에 돌아왔고 나는 그것도 모른 채로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왜 이시간에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자빠졌는지를 물으셨고,
나는 아파서 조퇴를 했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너는 머리 아파서 조퇴했다는 애가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냐며 또 나에게 몽둥이를 드셨다.
물론 이번에는 정상적인 아이디였지만 몽둥이는 여전히 매웠다.
그게 아마 두번째 저주였던 것 같다.
세번째는 조금 순수했던 중학생 시절.
캐시를 충전해준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우리집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우리집에 전화가 오면 안내 음성에 따라 번호를 입력하면 캐시가 충전된다는 친절한 사기꾼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녀석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나는 '뭐야 저 할 짓 없는 놈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역시 다음 달 요금 고지서에는 15만원이라는 금액이 찍혀있었고,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몽둥이를 또 드셔야 했다.
네번째.
중학생 시절, 컴퓨터 수업 시간에 자유시간을 받으면 아이들은 겟X프드같은 게임을 했지만
나는 어둠의전설을 다운로드 해 사냥을 즐겼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 중 일진 무리의 어떤 녀석이 내 아이디를 외워놓고, 학교 선배들에게 내가 어둠의전설을 한다는 것을 까발렸다.
형들은 나를 찾아와 사냥을 같이 가자며 접근했고, 그와 동시에 내 아이템들을 빌려갔다.
물론 빌려준 아이템들은 그 형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 형들이 졸업하기 전 교실에 찾아가 아이템을 돌려달라고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멱살잡이와 욕 뿐이었다. (이 때 정말 많이 울었다.)
그렇게 나는 어둠의전설은 '저주받은 게임'이다 라고 학을 떼고 어둠의전설을 접었지만
시기만 되면 돌아오는 연어처럼 계속해서 떠났다가, 돌아왔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것 조차 나에게 씌여진
저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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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직을 하고 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대 실패하고, 퇴사 후 취준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한동안 절망에 빠져있었습니다.
현생이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제보를 해주신 분들에게도 답장을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인생에 평온함이 찾아오니 이기적이게도 이제야 제 글들이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접속을 하니 현자와 시인 재선발 이벤트도 눈에 띄었습니다.
시인으로 선발되고 싶어할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선발이 되지 않더라도 언제든 돌아와서 연재하겠습니다.
봐주시고, 기억해주시고, 제보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