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그때 그 시절들을 게시판에 대신 적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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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캘 전쟁
익명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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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캘, 거짓말, 친구>
약 20년 전, 그 시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의 나이였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승급을 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는 것을.
당시 나는 돈도 지인도, 심지어 시간도 없는 어린 학생이었고 내가 가장 강한 캐릭터를 움직여 볼 수 있던 것은
키티와 함께 모험을 떠날 수 있는 반혼의결서 속 세상 뿐이었다.
당시 나는 넥슨 아이디 뭐 결합이니 뭐니 이런것도 잘 몰랐고, 그냥 create 버튼을 눌러 요상한 닉네임과
비밀번호 456456을 입력해 만든 캐릭터로 접속하는 초등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도적 승급 기술인 기습을 써봤다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것을 결코 믿지 않았다.
그 친구와 열띤 토론을 하다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져 주먹이 오고 갔다.
물론 내가 두어대 더 때렸다.
그 친구는 울면서 오늘 자기 집에 오면 그 승급 캐릭터를 보여주겠다고 초대했다.
나는 그 녀석의 거짓말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캐낼 생각으로 이를 꽉 깨물고 집을 따라갔다.
그리고 내가 비밀번호를 볼 수도 있으니까 잠깐 방 밖에 나가있으라는 녀석.
나는 녀석이 됐다고 할 때까지 남의 집 거실에 멍하니 있어야 했다.
그리고 녀석이 보여준 캐릭터는 아이템은 볼품없었지만 승급 도적의 필살기 기습이 있었다.
"아니 너 따위가 어떻게?"
"봤지? 나한테 사과해."
"..."
그리고 그 캐릭터를 보여준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접속이 끊겼다.
"아, 요새 우리집 컴퓨터가 이상하네. 인터넷 X가패스로 바꾸고 나서부터 자꾸 튕겨."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내 어깨를 밀치고 사과를 강요했다.
눈 앞에 펼쳐진 영롱한 승급 도적의 기습에 나는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 앞에서 또 사과를 해야 했다.(아주 치욕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의 아이디를 기억해놨다가, 뭔가 그 녀석의 높아진 콧대를 뭉개버릴 건덕지가 없을까 하며 게시판에 그 아이디를 검색했다.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공개캐릭터, 이른바 '공캘'이라는 개념에 대해 깨달았고,
수많은 낚시글을 정독하며 녀석의 아이디를 찾아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나는 그 등교를 하자마자 그 자식에게 뛰어가
"너 그거 공캘이잖아. 이 거짓말쟁이!"
라며 싸움을 걸었다.
"공캘 아니거든. 내가 키운거거든."
나는 그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말하며 녀석의 거짓말을 간파해냈고 녀석은 눈물을 됴륵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라고.. 거짓말 아니라고 엉엉."
"X밥쉑 ㅋ. 어디서 이상한거 주워와서 자랑하지말고 네 캐릭터나 열심히 키워."
나는 녀석을 짓밟아준 뒤 개운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저 자식, 비겁하게 공캘이나 키우고 그러더라. 자기 거나 열심히 키우지. 왜 저렇게 비겁하게 사나 몰라.'
하며 욕을 해댔고 한동안 녀석은 왕따를 당해야만 했다.
어린 나였지만 내 손으로 직접 키운 캐릭터도 아니면서 비겁한 수를 쓴 녀석이 참으로 고까웠다.
"나는 조만간 내 힘으로 승급 할 것 같은데, 쟤는 남이 쓰다 버린 캐릭터로 자랑질이나 하고 다니겠지 ㅋㅋ"
이 말을 끝으로 확실하게 녀석에게서 승리를 쟁취해낸 다음 나는 기분 좋게 학원으로 갔다.
그리고 학원 친구들과 어둠의전설 이야기를 하는 중에 친구가 '나 승급 캐릭 두개나 있는데 ㅋ'라며 내 캐릭터를 무시했고,
나는 지기 싫은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야! 나도 승급 도적 캐릭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