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제가 시인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하여
그저 한낱 칭호와 의상이 탐나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칭호와 의상이 있으면 더 좋지만
저는 그저 그런 보상만을 바라보고 시인에 도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현자/시인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저보다 더 뛰어난 분들이 많이 도전해 주실 거라고 믿었지요.
실제로 이번 현자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각자 본인들의 자리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시는 분들이고
누가 현자로 선출되건 간에 잘 하시리라 믿었기에 저는 현자에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저같은 쩌리가 현자에 선출되어 봤자 그저 다른 분들이 제보해 주신 글을 Ctrl+C + Ctrl+V 밖에 못 할거라는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시인에는 어떤 분들이 도전할까? 기대하고 있었으나....
가뜩이나 5년간의 시인의 마을의 겨울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태로는 시인의 마을에 계속해서 눈보라 치는 겨울이 지속될 것만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조금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다닐때(참고로 저 학교 다닐때면 불과 2~3년 전입니다....저를 아시는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선생님들께 글 잘 쓴다고 칭찬받았던 기억
친구들에게도 작문으로 칭찬받았던 기억들이 제 머릿속을 마치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둠의전설에 존재하는 저의 많은 적들이 떠올랐죠.
이 게임에서 소위 길드 전쟁 라인이라고 불리는 길드에 소속되었던 유저들은
대부분 전쟁 라인에서 이탈한다 하더라도
기존 진영과의 트러블로 탈퇴한게 아니라면 기존의 적길드들과 알게 모르게 계속 대립하게 됩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저는 예외가 아니었죠.
이들이 제가 시인에 도전하면 그저 무지성으로 제 글을 욕하고
시인 도전을 방해할게 뻔한데 굳이 도전해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 기억도 똑같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그렇게 잠깐의 고민 끝에 저는 이번 시인에 도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에 도전하지 않으면 다음엔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고,
다음에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그때라고 저에게 적길드가 없을 리가 없을 것이고,
필력이 받쳐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좋은 글을 많이 남기고 싶었고
어둠의전설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이 순간을 추억으로 공유할 사람들이
저에게 무지성 비난을 일삼는 집단보다 훨씬 많을 테니까요.
그렇게 처음으로 '어둠의 시간'과
'메데소시아의 심판' 프롤로그가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작품에서 시작하여 계속 제목이 떠오를 때마다 그에 맞추어 글을 작성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인에 도전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문득 '열등감'을 다 쓰자마자
제가 왜 시인에 도전하는지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시인에 도전하는지 알려준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요.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간 저와 함께해주시고, 또 앞으로도 함께해주실 여러분들께
시인의 마을이라는 휴식처에서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겨울에는 따뜻한 난로가 되어줄 글도 작성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이 어둠의전설이라는 공간이 어둠의 블랙홀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시인의 마을을 대자보로도 삼아 이 게임에 채찍이 되어줄 글도 작성해보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시인들의 편지'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이 게임을 하시는 모두가 잠재적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야기가 없을 때에는 여러분의 이야기로 시인의 마을을 장식하고 싶습니다.
단지 시인의 칭호만을 노리는 가짜 시인이 아니라, 제가 훗날 어둠의전설 시인을 그만두더라도 어둠의전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시인의 마을에도 따뜻한 봄이 찾아오길 바라면서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