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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전설의 의미
익명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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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다리 하나를 잃고, 허리의 신경이 많이 손상되어 하반신의 자유를 빼앗겼다.
처음에는 여러 희망을 가지고 약물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뎠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전처럼 내 다리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찾아오는 친구들을 날선 소리로 쫓아내고,
나를 하염없이 사랑해주시는 부모님에게 몹쓸 말을 했다.
첫 1년 동안은 주변 사람들도 그런 나를 이해해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또한 하루에도 수십번씩 희망과 절망의 사이에서 감정이 왔다갔다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운 좋게도 내가 희망에 차 있을때 만난 사람들은 예전과 같은 내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해, 나는 다리를 영영 쓰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희망을 완전히 잃었다.
차라리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구석에서 처박혀 있을 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둠의전설이라는 게임이 생각났다.
마이소시아에는 한 때 열심히 키우던 전사 캐릭터가 우직하게 서 있었다.
홀린 듯 게임에 빠져든 나는 어느새 자는 것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어둠의전설에 쏟고 있었고,
현실과는 다르게 건강한 나는 마음껏 이곳 저곳을 누빌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친해진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마음을 허락할 순 없었다.
내 신파극에 그들을 억지로 구겨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은 지가 굉장히 오래됐고,
다른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내 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지 않게 나를 대해주었고 그것이 참 좋았다.
나름대로 유명한 길드에도 들어가고, 밀레스 무기상점 옆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인물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어둠의전설을 할 때 만큼은 다리가 없어도 거닐 수 있었고,
눈을 감아도 세상이 저주스럽지가 않았다.
한 때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인 나보다, 내 영정사진이 더 많은 꽃을 받을 것이라며 차라리 죽고 싶어했던 나는.
이 세상 덕분에, 그리고 이 세상의 그들 덕분에 삶을 이어나갈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돌연 어둠의전설을 떠났고,
내 행적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돌아왔다.
여전히 그곳에는 나의 희망이 굳건히 서 있었고, 나의 과거가 물들어 있었다.
나의 어두웠던 삶이라는 무대에서.
조명이 되어 주었던 이 세상과, 당신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