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2시간 동안 탑에서 사냥을 하고 설원으로 이동했을 때, 펼쳐지는 신세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신없이 이루어지는 사냥과 함께, 풀 경험치가 빠르게 채워지는 모습에 나는 점차 바쁘고 혼란스러워졌다.
체마를 변환하느라 바쁘고, 도적님들이 세팅한 몬스터 앞에서 샷을 날리는 것에 집중해야 했기에, 사냥은 점차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평소 태평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이런 열정적인 사냥 방식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현재 330만 체력에서 잠시 사냥을 멈추고, 조금 부끄럽지만 글을 써보기로 했다.
살면서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읽는 것에만 익숙한 내게 글쓰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쓴 글에 혼자 취해, 글을 올려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올라온 새로운 시인 선출 공지가 나를 다시 어두운 동굴 속으로 숨게 만들었다.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사람’이라는 오명을 받기 싫었고,
타이밍이 이렇지만, 유저들에게 갑자기 튀는 유저로 기억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시인 선출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고, 그 직후 곧장 팬소설 게시판에 내가 쓴 글을 하나씩 업로드해보았다.
다음 날이면, 미세하게나마 올라가는 조회수에 뭔가 게임 속 또 다른 콘텐츠를 즐기는 듯한 기분도 들기 시작했다.
내 글이 거의 한 페이지를 채워갈 즈음, 어둠의전설 공식 홈페이지는 리뉴얼되었고, 팬소설 게시판은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인게임 게시판에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은 너무 부끄러웠고, 그로 인한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두려웠다.
결국 혼자서 끄적거리던 글을 차츰차츰 인게임 게시판에 업로드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잘하지 못하지만, 좋아하니까 써본다.
이것은 도약이지만, 너무나 초라한 비상이다.
하나씩, 하나씩 내가 휘갈겨놓은 글들이 언젠가 쌓이고 쌓여서,
글을 써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해서 글을 써보려 한다.
비상을 꿈꾸며.
-온타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