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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파경지탄 1편
397 2025.03.24. 14:22

※ 기구한 인생의 친구 이야기를 본인 허락하에 글로 만들어봤습니다.
노잼이긴 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친구 이호성(가명)은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자랐다.

한창 부모의 보호 아래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할 시기에, 그는 고아원에서 눈치 밥을 먹으며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
학교에 가면 상황이 나아질까 했지만, 고아원의 상호가 적힌 커다란 이스타나(봉고차)에서 우르르 내리는 모습을 본 친구들은 호성을 고아원생이라고 손가락질했다.

고독에 익숙해졌던 호성은 어른이 되어 작은 원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35만원의 풀옵션 원룸은 그에게 천국과도 같았다.
원하는 시간에 샤워를 하고, TV를 보며 쉴 수 있는 그 공간은 말 그대로 극락처럼 소중한 곳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저 숨만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또래들이 군대에 입대할 때, 고아라는 이유로 군 면제를 받았지만, 친구는 오히려 군대에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의 의식주 문제에 대한 걱정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웃는 모습이 마치 선녀 같아서 김선녀라고 부르던 친구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살아갔다.
연애 초기에, 아무리 말해도 24시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커져, 김선녀를 집에 보내는 것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익숙했던 고독과 외로움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워졌다는 사실을, 김선녀 덕분에 깨달은 후로 친구는 더 이상 혼자일 수 없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김선녀와 혼인 신고를 하고, 법적으로 정식 부부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김선녀 역시 고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김선녀에게는 아버지가 있었지만, 알콜 중독에 빠져 술에 취하면 그녀의 어머니를 대신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그녀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성적인 폭력까지 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호성은 격한 분노를 느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소중한 사람이 그런 아픈 과거를 겪었다니, 당장이라도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가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인간으로 인해 자신과 김선녀의 앞날이 망가지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결심한 그는, 떨리는 입술로 말을 멈춘 김선녀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함께할 미래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