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의 타임라인 기록에는 한 숙박업소에서 약 2시간 넘게 머문 기록이 발견됐다.
호성은 미친 듯이 뛰는 심장 박동이 선녀에게 혹시 들릴까 봐 가슴을 부여잡고 포털 사이트에 숙박업소를 검색해봤다.
집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숙박업소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선녀와 연관이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당장에라도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선녀를 깨워 다그치며 분노를 표출하고 싶지만 호성은 신중해지기로 한다.
다음 날.
스팸과 계란 후라이, 고춧가루가 잔뜩 들어간 얼큰한 콩나물국을 아침상으로 차려주는 선녀를 보며
자신의 오해가 오해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호성은 모래알 같은 아침밥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자신이 본 숙박업소의 기록은 선녀에게 묻지 않은 채 출근한다고 말하고 집을 나선다.
집을 나오자마자 호성은 직장에 전화해서 몸이 너무 아파 출근을 할 수 없다고 간절히 호소해본다.
2교대 생산직 공장에서 이렇게 호성처럼 갑자기 당일 통보를 해버리는 경우에는 보통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탁이라고 한다.
하지만 호성의 근면 성실함에 호성을 좋게 보던 주임이 호성의 병가를 책임져주겠다고 말했고, 호성은 그 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원룸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원룸 기둥에 몸을 숨기고 계속 집을 예의주시해본다.
꽤 기다린 듯해서 시계를 보니 약 20~30분의 시간이 흘렀을 즈음, 호성의 원룸에서 선녀가 나왔다.
어제 봤던 그 복장을 한 선녀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원룸 밖으로 나왔고,
원룸에서 조금 떨어진 반찬 가게 옆에 비상등을 켜고 서 있는 검정색 세단 차량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렇게 검정색 세단 차량은 금세 호성의 눈앞에서 사라졌고,
호성은 콜택시를 불러 어제 본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가면서 자신이 잘못 짚은 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설마 어제도 숙박업소에 갔는데 오늘 이렇게 아침부터 숙박업소를 갔을까?
거의 다 왔을 즈음, 택시비를 계산하기도 전에 호성은 차오르는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
숙박업소 주차장에 아까 봤던 검정색 세단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걸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