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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파경지탄 4편
357 2025.03.27. 11:33

택시비를 계산하고 숙박업소 주차장에서 호성은 한참을 생각했다.

지금 저 숙박업소에 들어가서 선녀의 생김새를 이야기하고 그 호실을 가보자,
혹은 CCTV를 보여 달라, 등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경찰도 아닌 호성이
다짜고짜 생각처럼 할 수 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호성은 집으로 돌아와서 선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예상처럼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호성은 TV를 켜지도 않은 적막한 백주대낮에 혼자 원룸 방 구석에 앉아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눌러 삼킨다.
바깥에서는 신축 건물을 공사하는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저들은 부모가 있고 부양할 가족이 있고 형제가 있을까?

왜 난 이 모양일까?
여러 생각에 잠긴 호성은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공사장 인부들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초저녁이 찾아온 듯했다.
눈을 감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도어락 비밀번호 치는 소리에 눈을 뜨니 선녀가 들어오고,
선녀는 어제처럼 호성을 바라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호성은 의아함으로 본인을 부르는 선녀를 자신의 앞에 앉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타임라인의 기록과 오늘 자신이 본 비현실적인 모든 걸 선녀에게 나긋하게 이야기한다.

호성은 훗날 말했다.
선녀가 만약 시치미를 떼고 거짓말을 한다면, 부엌에 있는 흉기로 자신이 선녀를 어떻게 했을지도 몰랐을 거라고.
분노는 그 무서운 형태에서 사람을 주저앉게 만드는 무서운 감정이라고.

호성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선녀는 너무 담담하게 말한다.

"니가 날 외롭게 만들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