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성은 어이가 없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그 돈을 벌려면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희생이 필요하다고.
외롭지 않게 자신이 선녀 옆에 계속 있어준다면 당장의 월세와 청약통장에 들어가는 돈, 미래를 위한 희망을 어떻게 꾸겠느냐고.
선녀와 24시간 잠을 자면 꿈을 꿀 수 있지만,
나가서 일을 하면 선녀와 자신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선녀에게 해명을 하지만 선녀의 반응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흐르는 모습이었다.
선녀가 말한다.
"이제 안 그럴게. 미안해. 잠깐 호기심이었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지만, 호성은 선녀를 내쳐버리기에 선녀를 너무 사랑했다.
많이 외로웠을 거야, 그리고 너무 어린 나이에 나와 백년가약을 맺었으니, 정말 그건 호기심이었을 거라고 호성은 스스로의 마음을 컨트롤해 나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분노를 덮기에 모자랐다.
호성은 선녀의 휴대폰을 열고 외도를 한 대상의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말했다.
선녀는 당황하며 휴대폰을 봤다가 닫았다를 반복하며 도통 쉽게 번호를 찍지 않는다. 호성이 선녀에게 말했다.
"너를 용서하고 싶어. 니가 날 사랑한다면 내 자존심을 지켜줘. 번호 찍어."
묵직한 호성의 목소리에 선녀는 체념하듯이 번호를 찍어주었고, 호성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가는 동안 호성은 가빠진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으며 집중한다.
그리고 몇 초가 채 되지 않아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
"어, 선녀 (본명)" "선녀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통화 괜찮으시죠?"
상대는 무척 당황한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진득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중년의 목소리였다.
호성은 차분하게 전화통화를 이어 나갔고, 선녀는 숙인 고개를 들 생각조차 못 하며 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 20분 가까이 되는 통화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