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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파경지탄 6편
364 2025.03.29. 15:31

지금까지 호성이 전화 통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러했다.
상대는 선녀보다 17살 더 많은 유부남이었고,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정의 가장이었다.
심심찮게 사용하던 채팅 어플에서 선녀와 마음이 맞아 이렇게 관계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선녀는 사랑을 가장한 외로움을 중년 남성에게서 찾았고,
중년 남성은 사랑을 가장한 욕정으로 선녀와 만나게 되었을 게 분명하다.

호성이 화가 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중년 남성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시인하지 않은 채, 어린 호성에게
“선녀를 얼마나 외롭게 했으면 그랬겠냐”며 오히려 호성에게 설교하듯 이야기했다.

그는 “오죽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냐”고 말하며, 상황을 호성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호성은 선녀에게 이 중년 남성을 “그저 너의 육체를 위해 혀를 도사리는 한 마리의 뱀에 지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선녀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호성은 이날,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소주를 손에 잡히는 대로 사서 선녀와 연거푸 입에 붓기 시작했다.

선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술이 들어가면서 질투와 분노로 변했고,
“내가 그 중년 남성보다 못한 게 뭐냐”며 선녀를 다그치고, 선녀를 다루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던 호성은 선녀의 전화를 들고 중년 남성에게 술김에 전화를 걸었다.

“니, 와자꾸 전화하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중년 남성은 기분 나쁜 듯 말하며, 호성은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내 소중한 피앙새를 너의 욕정으로 더럽혀 놓고, 이제는 꼬리 자르기라도 하려는 건가?"

유치하지만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인 호성은 중년 남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원하게 남자답게 만나서 주먹으로 한 번 풀자."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호성은 호기롭게 말을 뱉었지만, 상대인 중년 남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너그 부부 일은 너그끼리 알아서 해라. 전화 그만하고."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린 중년 남성에, 호성은 약이 오른 상태로 당장이라도 그 남자의 집에 찾아가
모든 걸 폭로하고, 그 가족이 보는 앞에서 느끼는 고통을 폭력으로 풀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선녀가 그를 말리며 말했다.

“니 인생까지 망칠 필요는 없잖아. 제발 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