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자마자 호성은 저돌적으로 집에 달려갔다.
어제의 소동때문인지, 선녀는 퇴근하고 돌아온 호성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호성은 저녁밥을 차리던 선녀의 손목을 잡아 앞에 앉히고는 말했다.
"너, 백봉기 이 사람이 유부남인 거 알았어?"
선녀는 잔뜩 화가 나 보이는 호성의 눈을 똑바로 쳐다** 못하고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어."
호성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백봉기는 자신의 와이프와 딸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인데, 왜 선녀가 이 사람의 장난감이 되어야 하는지 물었다.
선녀는 그가 함께 있을 때 자신에게 많이 챙겨주고, 돈도 서슴지 않고 쓰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상하게 들려 마음을 주었다고 한다.
"그건... 그건 그냥 널 어떻게 해보려고 그런 거라고!"
호성은 참지 못하고 선녀를 다그쳤다.
이 상황은 어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조금씩 흐느끼는 선녀를 보며 호성은 더 이상 어떤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선녀를 뒤로 하고 호성은 밖으로 나와 호프집으로 향했다.
생맥주에 닭 한 마리를 시켜 놓고, 호성은 다시 휴대폰을 열어 백봉기의 SNS를 염탐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백봉기의 딸과 그 와이프에게 자신도 똑같이 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지성이 있는 사람으로서 호성은 차마 실행에 옮길 수 없는 노릇이었다.
타들어가는 심정을 시원한 생맥주 한 잔으로 달래며 염탐을 하던 중, 백봉기의 와이프로 추정되는 오미선(가명)이라는 여성이 백봉기의 게시물에 댓글을 단 것이 보인다.
'내 얼굴 뽀샵 좀 해봐;'
오미선의 SNS를 타고 들어가 보니, 역시나 백봉기와 마찬가지로 가족 사진, 딸내미의 피아노 콩쿨 사진까지 자식 자랑에 여념 없는 일반적인 여성이었다.
호성은 몇 번을 고민하다가 오미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내용은 이렇다.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의 남편 때문에 와이프와 불화가 생긴 이호성입니다. 당신의 남편이 한참이나 어린 제 와이프와 외도를 저지른 사실을 제가 알아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SNS를 찾게 되어 봤는데, 그런 짓을 하고도 가족 사진을 버젓이 올려놓은 당신의 남편에게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메시지를 보시고 혹시 증거가 필요하시다면 제가 적극 협조해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메시지를 보낸 후, 호성은 마시던 술을 남긴 채 집으로 돌아왔다.
기다리다 지쳐 잠에 든 선녀를 보며, 호성은 한편으로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선녀의 머리를 넘겨주며, 선녀가 자는 모습을 보던 호성은 자신도 잠자리에 들며 생각했다.
"내일, 백봉기의 와이프가 내 메시지를 본다면, 백봉기도 이제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