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많이 변했구나."
그 말을 끝으로 마이소시아에서 자취를 감춘 그는 다시 보기 어려웠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을을 돌아다니는 그의 캐릭터를 보고, 급하게 깃털을 타고 그의 앞에 도착한다.
많은 세월이 흐른 사이, 그의 아이디는 그대로였지만 바뀌어버린 나의 아이디를 그는 알아** 못한 건지,
그저 나를 지나치며 계속해서 배회하고 있다.
마치 밀레스 마을의 방랑자 NPC처럼.
‘바투’를 걸어 그의 움직임을 멈추고 그 앞에 서자, 그가 채팅을 건다.
"?"
과거 당신과 함께 호러캐슬, 굴, 메카 등을 모험하며 이 드넓은 마이소시아를 떠돌던
오랜 옛 친구라고 말하자,
"아."
짧은 채팅과 함께, 기억을 되찾은 듯 반가워하는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만에 만난 벗은, 정말 예전에 이 게임을 하며 느꼈던 카타르시스마저 떠오를 만큼
내게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을 나눈 사람이다.
그는 현실을 살며 많은 게임을 떠돌아다녔고, 추억을 되새기듯 간간이 접속했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지인들에게 귓속말을 보내봤지만, 아무도 접속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고는
주저 없이 게임을 종료하고, 또 며칠 혹은 몇 개월간 다른 게임을 떠돌다가 가끔씩 왔다고.
그리고 지금, 나를 만난 그는
반갑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가운 오랜 벗을 만나도 순간의 설렘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시 이 게임을 시작해볼까 하는 의문에는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고,
매듭짓지 못한 채 스스로의 생각에 빠진다고 한다.
그동안의 소회를 그에게 전하고 싶지만,
3차가 무엇인지, 나겔링이 무엇인지, 연금술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에게
나는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많이 변했구나."
무채색에 가까운, 온기 없는 그의 채팅은 또다시 그와의 오랜 이별을 암시한다.
기약 없는 인사를 건네며 다시 접속 종료를 해버리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이 쓸쓸한 마음을 안고
홀로 떠돌며, 소회를 전할 수 있는 오랜 벗을 다시 찾아 마을을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