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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봄.(Spring)
321 2025.05.20. 14:26

여느날과 같이 연락을 주고 받다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작은 오해들로 시작되어 꽃샘추위 같이 급 냉랭해진 그녀.

단순히 더 만나고 싶고 연락하고 싶었던 나의 욕심이 끝내 그녀를 울려버렸고.

둘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듯 하였으나.
오히려 그게 불씨가 되어 둘을 더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그 불은 점점 커져 서로의 애간장을 태웠다.

그렇게 예정된 일자보다 빠르게 만남을 계획하고
그녀를 만나기 몇시간 전. 침대에 누웠지만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잠 못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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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분주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평소 같은 날씨도 오늘따라 더 좋게 느껴진다.
차창 옆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나의 기분따라 좋아 보인다.

출출하다는 그녀를 위해 간식거리를 사는중
이미 도착했다는 그녀의 연락이 온다.

그때부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커져가는 두근거림에
다른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지경이였다.

만나기 전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신호 2개정도의 거리였지만
그날따라 잠깐의 신호가 영겁처럼 길게 느껴진다.

혹시나 어색하지 않을까 가는동안 전화를 했고, 그녀를 보기 10초전.
어떻게 인사를 할지, 어떤 반응을 할지 다시금 마음속으로 계획한다.

터미널의 문을 열고 싱긋 웃으며 곧장 다가오는 그녀,
하늘하늘한 옷차림이 바람에 나부끼는 꽃잎 같다.

차에 타자마자 직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왔던 그녀가 나의 시선을 피하며 부끄러워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봄꽃이 만개하는 듯한 미소를 가진 그녀가 내게 인사했고,
잠 못 이루면서 계획했던 것들은 처음 부터 없던것처럼 하얗게 사라지고,
마음이 녹아 내린다.

그렇게 내게 봄이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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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봄날의 하늘처럼 맑고 투명해서 숨김이 없었고
엉뚱한 부분마저도 서로가 잘 통했고 심지어 좋아하는것도 같았다.

아니 너를 좋아하게 되면서 너가 좋아하는것도 좋아한거 같다.

하지만 만남과 연락을 거듭할수록
서로에게 깊어지는듯 했으나, 변덕스러운 봄 날씨처럼
어느날은 여느 봄처럼 포근하다가, 어느날은 여름처럼 뜨겁기도 했고,
그리고 어느날은 겨울처럼 추웠다.

반복되는 사계였지만, 겨울이 힘들었던 그녀는
겨울이 끝난 다음의 봄을 기약했고

언제나 겨울이 지나 돌아오는 봄이였고
이번에도 다음을 말하는 봄이였지만.

결국 다음의 겨울도 오기에



나에겐 다음의 봄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투명한 그녀에게 나라는 얼룩이 남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