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디찬 겨울
뤼케시온 항구에는 아슬론과 아만으로 가려는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배가 몇 번 씩이나 출항하여도 항구 주변에 서 있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과거 마이소시아를 위협하는 괴물들을 다수 물리치던 용사였으나,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은퇴한 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하여 자신이 오랫동안 쓰던 장비들까지 전부 처분하고 내려가려던 찰나
당시 그의 같은 파티원이었던 성직자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빌려주었다가 돈을 떼이고 뤼케시온 항구 주변에서
노숙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한다.
나는 그 노숙자에게 "왜 그 성직자에게 전 재산을 군말없이 빌려주었나요?" 라고 수차례 물어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남자가 아마 그녀를 남몰래 짝사랑하다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지만 그런 건 둘째치고,
일단 남자를 내가 묵던 여관으로 데려가 씻기고 내 옷을 잠시 빌려주었다.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다시 한번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그는 말없이 식사만 할 뿐이었다.
며칠 뒤 다시 뤼케시온 항구에 들를 일이 있어 혹시 그 남자가 있으려나 하고 항구를 샅샅이 살펴보았으나
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결국 그를 찾지 못하고 다음 임무를 위해 메데니아의 실라이온이라는 곳으로 떠나는 배에 올랐고
그 곳에서 어느 여자 마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메데니아의 실라이온 주변 섬 출신으로 모험가가 되기 위해 마이소시아로 넘어왔으며
이제 모험가 생활에 지쳤다며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탔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중 그 노숙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마법사는 그를 알고 있다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분 참 불쌍한 사람이죠... 성격도 착하고 나름 재밌는 사람이라 저는 그 사람을 정말 좋아했는데..
정작 그 사람은 같은 파티의 성직자만 바라보더군요.
그 X.. 아니 그 여자가 곤란한 일이 생겼다며 그가 고향으로 내려갈 돈을 모은 걸 빌려달라기에
그는 아무말 없이 그 돈을 빌려주었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바보같이.. 그렇게 속을 줄은 몰랐던 거죠."
마법사가 이어서 말하기를
"그 여자는 그 이후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편지를 보내던 사람을 보내 연락하건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돈이라면 나중에 갚을 테니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계속 그 여자가 그렇게 그 분을 무시했고
그 이후로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뤼케시온 항구에서 노숙이라니 참 살다 별꼴을 다 보네요.
그분은 바다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제가 그분께 은퇴하면 바다가 보이는 메데니아의 제 고향 섬에서
같이 살자고 말할 계획이었는데..
아마 뤼케시온 항구에 계속 계셨던 것도 바다를 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실라이온의 임무를 끝낸 뒤 다시 마이소시아로 향하는 배를 탔다.
그녀는 잘 돌아갔으려나.. 생각하며 갑판 안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웬 무도가가 날 부르는 것 아닌가.
무슨 일인가하고 가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얼마전 만났던 마법사의 동생으로 자기 누나와 함께 모험을 하다 부상당하고 치료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치료를 마친 후 자기 누나가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모실 사람이 생겼으니 자신은 다시 마이소시아로 간다고 했다.
떠나기 전에 누나가 했던 이야기를 듣고 나를 불렀다나.
아무튼 그와에 대화에서도 나는 노숙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전사놈 참 바보였지. 우리 누나가 그렇게 자기한테 좋다고 달려들어도 무시하더니만
자기한테 관심조차 주지 않던 그딴 여자한테나 빠져가지고 말이야.
우리 파티 도적 형이 그 여자를 잘 알고 있어서 빨리 쫒아내고 다른 성직자 구하라고 그렇게 언질을 줘도 무시하더니
결국 이렇게 되는구만.. 그 자식 살아는 있으려나."
나는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 성직자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였나요?"
다시 무도가가 말하기를
"진짜 반쯤 머리가 돌았나 싶은 여자였어. 기본적인 치료마법도 똑바로 안써서 내가 거의 죽을뻔 했거든.
다행히 지나가던 다른 파티 성직자가 도와줘서 살았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서 하루면 회복 할 걸 반년이나 걸렸다고.
아직도 난 그 여자가 내 눈에 보이면 달마신공 꽂아서 죽여버릴 생각밖에 없어."
"그 여자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우리 파티였던 도적 형을 찾아가 봐. 나는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가니까 그 형이 사는 집 주소는 알려줄게. 그 형이 정말 잘 알거든. 그 형은 거의 2년을 죽다 살아났지 그 여자 때문에..."
나는 도대체 어떤 성직자길래 저들이 그렇게 욕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앞으로 있을 모험에서 그 여자를 파티원으로 만나기라도 하면 죽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이소시아 로톤마을에 있다는 그 도적을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