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또 1년 반을 조금 넘겼을 때, 아스타로트에 있던 뮤레칸이 용사들의 토벌로 봉인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드디어 기나긴 전쟁이 멈추는구나 생각하며 그는 '이제 용사들이 필요없어질 테니
슬슬 고향으로 돌아가야겠구나' 라며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그에게
어느 마법사가 찾아오게 됩니다.
"자네가 체터 씨 맞죠?"
"네 그런데요?"
"음.. 메디나가 알려준 사람이 이 양반이 맞구만 그래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인가요?"
메디나라는 이름에 소년은 당황하며 그를 집 안으로 들이며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녀가 죽었습니다. 다만 뮤레칸이 아니라... 함께 뮤레칸 봉인 임무를 나간 용사에게 말이죠."
"네? 그게 무슨.."
그는 자신을 그녀의 동료라고 소개했고, 그의 말에 의하면 원래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 탓이었는지
남자 관계가 복잡했다고 이야기했다.
"제가 아는 거만 그녀랑 엮인 남자들이 10명은 넘어갈 거에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서 싸움이 일어나는
일들도 부지기수였고 그러다 죽은 사람들도 많았죠."
"그런데 그녀가 만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었어요.
허구한 날 그녀를 두들겨 패는 것도 모자라 돈을 훔치고 도망가거나 심지어는 그녀를 죽이려고까지 한
인간도 있었죠."
체터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예쁘고 착하던 여자를 그런 식으로 대했다는 걸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이해하지 못했던 탓일까.
그리고 계속 마법사의 말이 이어졌다.
"메디나..... 원래는 착하고 예쁜 아이였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그런 인간들이랑만 엮이다 보니 매번 만날 때마다
점점 성격이 이상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뮤레칸 원정 직전에는 사람을 지팡이로 불구가 될 때까지 두들겨 패지를
않나... 그렇게 사람이 포악해질 줄은 몰랐죠. 떠나기 직전에는 같이 있던 동료들을 죽이려고 하질 않나..."
체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더 있는거 같으니 그녀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겠군요."
라고 대답하자 마법사 왈
"그런 쓰레기같은 여자를 호엔에서 매일 추위에 떨고 있다고 구해 주는게 아니었는데... "
순간 들고 있던 칼로 마법사를 베어 버리고 싶었던 체터였지만 억지로 화를 누르면서
"할 말 다 하셨으면 이제 돌아가시죠." 라고 소리치며 말했다.
마법사도 이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는지 말없이 그의 집을 떠나갔다.
그 마법사가 떠난 이후 메디나의 행보를 쫒던 체터는 반년이 지나서야 마침내 그녀의 친한 친구이던
어느 여자 무도가에게 다다르기에 이르게 됩니다.
그녀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메디나에 대해 묻자 "아, 니가 그 애구나... 들어와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너한테 다 알려주어야 할 거 같으니까."
"나는 무도가 체르카, 걔가 마법사가 되자마자 같이 신전에서 만나 알게 되었지
서로 동갑이기도 하고 대화해보니 서로 잘 맞는거 같아서 친해지게 되었는데... 진짜 얘만큼 불쌍한 애도 없지"
"걔는 갓난아기 때 친부모한테 호엔마을 다리 위에 버려졌어, 걔가 죽을 때까지 친부모를 찾지 못해서
왜 그랬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아무튼 버려진 걔를 어느 부부가 키우게 되었는데, 거의 하녀 대우만도 못했다고 해
밥도 제대로 안 줘서 맨날 소나 말이 먹는 콩 같은걸 주워서 먹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도 많았고
혹시라도 양부모란 인간들에게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고 하더라고.
마법사가 된 날도 추운 겨울에 집에서 쫒겨나 덜덜 떨고 있는 걔를 네가 반년 전에 만났다는 그 마법사가 보고서
마법사로 만들어 준 거야."
"어? 저한테는 그 마법사가 계속 하소연하길래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하던데.."
"걔가 그런 거짓말 치는거 한두번인줄 알아? 너랑 만난게 한 3년 전이니까.. 그땐 진짜 거짓말이 심했지."
"그럼 수천명한테 고백받았다느니 하던 것도 다 거짓말인가요?"
"응? 당연하지. 그런데 걔 좋아하던 남자애들은 수천 명이 넘었을거야.. 워낙 걔가 이쁘니까 말도 못 걸었겠지만.."
순간 그는 배신감이 들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니...
그의 눈치를 보던 체르카는,
"그런데 그럴 만도 해.. 그렇게 마법사가 되어놓고도 학대당하던 기억을 지우지 못했는지 맨날 이상한 인간들만
남자친구라고 데려와가지고는 본인 인생을 스스로 말아먹더라고
걔도 어린 시절 기억은 잊고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었겠지... 그런데 걔가 그런 걸 알고 일부러 그딴 인간들이
계속 접근하는 걸 멍청해서 진짜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끌려다니면서 시녀처럼 살았지
내가 그렇게 그딴 인간들 만나지 말라고 몇십 번씩 이야기해도 내 말은 안듣고 오히려 나한테 뭐라고 하면서
잠깐 동안 연락 안하기도 했었거든.
나중에야 울고불고 내 말이 맞다고 미안하다면서 용서해달라고 계속 빌길래 용서해 줬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3년 전쯤이었지 아마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엔도르 다녀오자마자 만나던 애랑 헤어지고
나한테 그랬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러고 한 1년 반 조금 안되게 지나서 좋아하는 애가 생겼다면서 나중에 걔가 돌아오면
그때 고백하네 마네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생각했었지
얘가 누굴 먼저 좋아한다고 한 적은 없었거든? 여태까지 사귀던 인간들은 다 지들이 고백한거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체터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쯤이면 아무래도 그분이 절 도와주고 성장하라면서 떠나라고 했을 때쯤인데,
그러고보니 그 때 당신 이야기도 들은 거 같아요. 체트카라는 친구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아 걔는 왜 내 이름을 그따위로 부른 거야... 맨날 내 이름 그렇게 불러서 똑바로 알려줘도 계속 그렇게 부르더니만
너한테도 그랬나 보네"
"그런데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해서 도와줘야 한다고 그랬었는데, 그건 왜 그런건지 아시나요?"
"아까도 말했듯이 거짓말... 이 아니라 걔가 그 전에 만나던 남자들이 걔를 찾아다녔거든,
그놈들은 하나같이 범죄자들이라서 전과 하나 추가된다고 그걸 신경 쓸 인간들도 아니고
특히 몇 놈은 각 성을 차지하고 있는 성주들이랑 친해서 뒷배도 있겠다 마음껏 활개치고 다녔어
그놈들이 벌써 7년이나 성을 차지하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니는데
야당이란 인간들은 자기들 권력 잡겠다고 지들끼리 싸움이나 하지 걔들이랑 싸울 생각도 안한다니까? 다 한패거리야
합심해서 성에 내는 세금만 올리고 자기들끼리 다 해먹을 생각밖에 없으니깐....
아무튼 그런 힘있는 인간들이 걔를 해코지하려고 달려드는데 니가 걔랑 붙어서 다닌다고 생각해 봐
약해빠진 널 인질로 잡고 걔를 괴롭히려고 들면 걔가 아무리 세다고 해봤자 뭘 하겠니?
순순히 걔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소년은 그제서야 메디나가 자신을 쫒아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의 가슴 속에서는 그들에 대한 분노가 피어오르고 있었죠.
"메디나 걔는 아무튼 그래서 지금 성주들과 소위 여당을 엄청 싫어했고 성을 노리던 세력인 야당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놈들도 들은 척도 안하면서 내부 다툼밖에 안 하는 걸 보고 엄청 실망했었어
그러다가 아스타로트의 뮤레칸이 있는 곳이 발견되었고 직업 서열 100위 이내의 모든 용사들이 소집되었고,
메디나와 나도 그때 소집되었지."
참고로 당시 체터는 전사 서열 102위였기에 소집되지 않았었습니다.
"아무튼 소집된 용사들은 여야측이 섞여있었고 뮤레칸이라는 거대한 악 앞에서 둘은 잠시 휴전을 하고 뮤레칸에 맞서
싸우기로 했지.
그렇게 뮤레칸이 봉인되고 우리도 드디어 임무가 끝났구나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그놈들이 나타난거야. 그놈들도 전부 서열이 높았기에 소집 대상이었지.
몇 놈은 뮤레칸에게 죽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4명 정도였는데 얼굴들을 보고 알았지, 그 쓰레기들이라는 걸."
그러더니 갑자기 그놈들이 메디나를 둘러 싸고서
"좋은 말 할때 다시 우리한테 돌아와 이 멍청아, 안 그러면 여기서 죽여버린다."
라고 협박을 했고 메디나는,
"그러면 니들 4명이서 여기서 싸워 봐, 이긴 사람한테 돌아갈 테니까. 어짜피 날 두고 니들끼리 또 싸울 거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싸우라고."
그렇게 4명의 배틀로얄이 시작되고 3명이 죽었지.
마지막 살아남은 놈이 하필이면 걔를 가장 심하게 괴롭히던 인간이었어.
그놈이 전사였는데, 살아남고서 하는 말이
"여기서 배짱부리면 니가 죽는다. 무적기 믿고 까불지 말고 다시 나한테 돌아와." 라고 지껄였고
"야 이 멍청한 자식아. 그걸 믿냐? 니한테 다시 돌아갈 바에 그냥 죽으련다. 빨리 죽여봐." 라고 메디나가
배짱을 부렸지
그때쯤에 어디선가 리베라토가 날아왔고 걔는 그놈한테 공격을 받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어
슬퍼할 틈도 없이 나까지 공격하길래 나도 그놈을 상대로 싸워야 했고
결국 그놈을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나도 부상이 심각해서 그대로 쓰러졌고
그렇게 죽을 위기였는데
마침 전리품을 챙겨 돌아가던 후발대가 날 본 덕에 난 구조되었지.
눈을 떠보니까 후발대에 있던 친구가 말하기를
"우리가 봤을때 그놈이 죽어 있었던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메디나의 시신은 찾을 수가 없더군.. 이상하지"
"아, 너희들한테 리베라토를 날린 범인은 정전 합의 위반이라 잡아서 즉결처분했어
알아보니 그놈 여자친구더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여자친구란 자가 메디나의 시신을 빼돌렸구나라고 추측했지.
그리고는 회복하자마자 메디나의 집으로 달려갔어
혹시 원정에서 자기가 죽으면 나보고 먼저 자기 집으로 가보라고 했었거든
그런데 집을 뒤지다가 웬 종이를 발견했어.
그리고 체르카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고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 친구 체트카여
나는 이미 뮤레칸 원정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죽을 목숨인 건 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
너무나도 많은 이들의 미움을 받아 버린 탓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지
내가 남기는 돈을 포함한 모든 물건은
네가 전부 가져도 좋지만
내 방 구석에 있는 상자 하나만큼은
열지 말고
저번에 얘기해 주었던 체터라는 친구한테
전해 주길 바래
-메디나-
그리고는 낡은 상자 하나를 내미는 체르카였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체터는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상자 안에는 메데니아에서 처음 만났을 때 깜빡하고 그녀에게 돌려받지 못한 물병과
몇 가지 남자 옷, 5억짜리 골드 수표 2장, 그리고 편지 몇 장이 들어 있었죠.
체터는 그 편지를 천천히 읽기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