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볼까 망설이던 마음,
시인이 아닌 다른 사람은 어떤 글을 쓸까?
궁금해서 들어가 본, 지금은 없는 팬소설 게시판.
그곳에 꽃을 피우려 사이버 세상 도화지에 펜을 눌러 글을 쓰던 글쟁이들.
그들의 글을 보며 여러 가지 감정에 빠져
내 자신을 생각하지 못한 채 흘려보내던 나날.
그중 두 명의 글쟁이는 내게 무서울 만큼 큰 영향을 주었다.
한 사람은 글을 상상하게 만들고, 감탄이 나올 만큼 신박한 스토리를 써내렸고
한 사람은 글을 다 읽을 때쯤이면 무엇인가를 생각나게 만드는 먹먹함을 안겨주었다.
그 두 사람은…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글쓰기를 접은 지 오래되어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사람.
이렇게 두 상황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그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그 외에도 결실을 맺지 못한 많은 글쟁이들이
잠시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다가
이내 많은 이들의 기억 저편으로 조용히 사라져갔다.
그들의 펜은 모두 부러진 걸까.
부러진 펜을 허망하게 바라보던 그들은, 그래서 모든 걸 놓아버렸을까.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그들에게 필요한 건 글을 쓰는 ‘펜’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펜은 구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펜’이 아니라,
‘팬’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
그들이 상상하고, 상상을 글로 써내려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의지.
그리고 그것은, 그들을 향한 팬들의 격려와 찬사가 발판이 된다는 것.
정말 운이 좋아서,
그래서 스쳐 지나가며라도,
나에게 영감을 준 당신이나,
어떤 이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해준 당신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
당신의 부러진 펜을
고쳐주고 싶은 나는, 당신의 팬이라는 걸.
알아주고, 다시 일어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