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오력 286년 7월 8일.
드디어 그가 나를 찾아 메데니아로 돌아왔다.
그는 내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기에 나를 보자마자 굉장히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내가 죽어서 귀신을 보고 있는 건가? 라며 놀라 쓰러지기도 했었다.
당황한 그에게 그동안의 모든 전말을 알려주고....
(중간 부분은 훼손되어 읽을 수 없었다.)
...1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마치 계속 끓어오르는 온천처럼 우리의 사랑은 꺼질 줄 몰랐던 모양이다.
그도 나를 사랑했던 만큼 나의 부탁을 빨리 이루어 주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위대한 사랑의 힘 덕분에
저승에서나 만날 줄 알았던 우리들이 살아서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게 해준 신의 축복에 감사하며....
이 다음 페이지들은 얼룩지고 찢어져 도저히 읽어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한참을 넘기고 나서야 겨우 읽을 수 있는 페이지를 찾아냈고
포니치카는 계속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세오력 298년 12월 14일
이날은 마치 하늘이 사자처럼 포효하고, 땅이 시소처럼 왔다 갔다 하며 미친 듯이 요동치는 날이었다.
저 멀리 나겔링의 화산들이 용암을 분수처럼 뿜어내기 시작했으며 엔다리온 대부분이 침수되어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몰살당하고야 말았다.
엔다리온을 포함한 메데니아 서부는 대부분 침수되었고, 화산의 영향이 강한 동부는 화산 폭발과 산사태로 인하여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고야 말았다.
천만다행으로 우리 가족은 마이소시아로 여행 중이었어서 화를 피했지만
그동안 모아 온 재산들이 전부 메데니아에 있었기에 우리는 졸지에 알거지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사람들은 설마 뮤레칸의 봉인이 고작 23년만에 풀려버린 것인가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이 나를 알아보자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며 우리에게 사기를 친 거냐고 비난하기 시작하며
집단 린치를 하려 눈에 불을 켜고 나와 가족들을 쫒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가족들을 데리고 친구인 체르카의 집으로 피신하였고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달래서 재운 뒤에 남편과 이번 사태에 대해서 회의를 하게 되었다.
"메디나, 진짜 뮤레칸이 봉인을 깬 거 아니야?"
"아니야. 그렇다면 마이소시아는 왜 멀쩡하겠어? 뮤레칸 정도 힘이라면 마이소시아까지 여파가 미치지 않을수가 없는걸? "
"그렇다면 뭘까? 이건 아무리 봐도 신이나 악마의 힘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인데?"
"마음 같아선 메데니아로 가서 직접 확인하고 싶다만 배가 모조리 끊겨버린 상황이라.."
"그냥 순간이동 마법으로 가는 건 어때?"
나는 그 말을 듣고 주먹을 꺼내 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갔지, 내가 아무리 대마법사라도 그런 마법은 못 쓰거든?"
"그리고 일단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 하니까, 밖에 나갈 땐 조심해. 사람들이 내가 뮤레칸의 하수인이니,
너를 이용해서 성주들을 죽이고 뮤레칸을 부활시키려는 마녀라느니, 온갖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잖아.
너 메데니아 오기 전에 그 쓰레기들 제대로 모가지 딴 건 맞지? 그 잔당으로 보이는 인간들이 소문을 계속 퍼트리는
거 같거든? 너 일 똑바로 안할래?"
내가 그 말을 멈추자마자 그는 그러면 왜 나한테 그 일을 떠넘겼냐부터 시작하여 내가 모든 재산을 메데니아의 집에 두고 온 일까지, 그동안 그에게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고 나도 순간 욱하는 바람에 다음날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판 싸우고 말았다.
이날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날이 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으랴.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