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골목 구석의 낡은 오래된 돌벽의
덕지덕지 붙은 수 많은 테이프 흔적처럼
수 없이 뗐다 붙어진 세월의 흔적들을
마저 채 닦아내지도 못했건만
그 위를 덧대어 또 붙어진 아픔에
그저 덮여진 채로 있어줬으면 하는 것은
이젠 때어내 닦아낼 힘 조차 없어졌기에.
아니,
차라리 그 위에 덧대어 붙이고 붙여
마지막의 마지막에
한꺼번에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체념해 돌아선 순간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또 다시 자욱을 남긴 채 떨어져 시야에서 사라지며,
또 덧대여진 흔적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것 조차도 마음대로 되어주질 않아서
이젠 기대도 마음따라 되어지질 않아서
더 낡아진 마음 허망히 추스리다
매몰차게 세차기만 한 바람 거스르지 못해
크게 한숨 바람에 섞어 실어보내며
그저 오늘도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룩져가는 마음을 닦을 새 없이
삶이라는 거센 바람앞에서
그녀는 매번 떠밀려 돌아설 수 밖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