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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아무 쓸모 없는 것들의 필요
277 2025.08.31. 15:32

열여덟 번째 디저트





우리는 종종, 쓸모가 있는가, 없는가를 너무 빠르게 재단하는 때가 있다.
무엇이 도움이 되고, 당장 어떠한 인풋이 생기는지, 얼마나 편리한지 등을 따지고
경제적 가치는 있는지,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설명할 수 있는지 등,
어떠한 기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버려지고 숨겨지거나 사소한 낭비나 취미로 치부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
보편적인 기준에서 자신을 정의하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사실은 조금 더 복잡하면서 또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 라는 질문 앞에서, 결국 외부의 기준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하니까.


그런데도 종종 흔들리곤 한다.
쓸모라는 단어 앞에서 어떠한 유용성과 효율, 즉각적인 아웃풋으로 측정되는 가치는 우리의 숨을 막히게 하곤 한다.
마치 내가 하는 일이 곧 나의 전부이며 그것이 당장 앞서 말한 가치가 없다면 불필요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으로 발언하여 유명한 스코세이지 감독의 명언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세상에서 가장 작고 사소해 보이는 나의 경험과 취향들
누구에게는 의미 없어 보일 일들이 오히려 나라는 개인에게 위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쓸모라는 기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가치이다.

팍팍한 삶으로 하소연하며 뒷걸음질 치던 나에게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쓸모가 가치를 대변하진 않습니다.'
그것은 오늘 내가 무언가 눈에 띄는 일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곧 무의미한 것은 아닐 거라는 위로였을 것이다.
그 말을 곱*으며 이러한 하나의 읽을거리, 2시간의 낡팟, 누군가와의 채팅.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 하나하나조차도 그 속에 만들어지는 고유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의심한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이 길은 맞는 것인지.
우리의 정체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어떠한 명함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나의 작은 시도와 실패들, 개인적인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된다.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어떤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나의 환경을 비롯한 주변의 많은 것이 바뀌어가도 내가 계속 이어가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이 나를 설명해 주는 가장 중요한 일부가 되는 것이다.


언제나 세상이 묻는 결과나 성과의 속도에 휩쓸려 나를 잃을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에서 재단되는 효율이나 생산성 같은 당장의 '쓸모' 보다도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남이 대신 증명해 줄 수 없는 오롯이 나만의 영역이다.

삶은 언제나 계획처럼 흘러가진 않는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우리의 전부가 아니듯, 내가 가졌던 의심과 불안 또한 나의 전부일 수는 없다.
오히려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 안의 가장 개인적인 부분을 마주하고있는 것이다.

사실 삶은 거창한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존재로 이미 충분한 이유이며 단단한 시작이다
그 지점에서 우리의 걸음이 크든 작든, 타인의 눈에 보이던 보이지 않던
이미 우리는 충분히 의미 있는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