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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취향의 공식
2522 2025.10.02. 13:48

스무 번째 디저트

















처음엔 그저 목이 말라서였다.
차가운 캔의 감촉도 좋았고, 파란색에 주황색이 섞인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 이게 뭐지 싶었다.

달콤함과 쌉쌀함, 그리고 상쾌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거 진짜 맛있네...'

그리 생각하곤 성분표를 들여다보았다.
역시나, 감귤 오렌지 자몽 만다린 레몬 등이 들어있더라.
귤 종류는 가리지않는 내겐 완벽한 조합이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다 합쳐놓았으니 맛있을 수 밖에.
마치 완벽한 취향의 공식을 발견한 듯 한 기분이었다.

그 뒤로 나는 오랑지나를 달고산다.

그런데 각각 따로 먹어도 좋았던 것들이 합쳐진 완벽한 시너지는 종종 내 삶을 생각하게 했다.
이것은 왜 오랑지나 처럼 단순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둔다고 해서 반드시 만족스러운 결과가 되지는 않더라.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불협화음을 만들때가 많다.

공식은 맞으나 막상 재료로 들어오니 변수가 생기는것 처럼 반대로 움직이기 쉽상이었다.
관계 속에서는 내 취향을 고려할 수 없었고 계획 속에서는 원치않는 변수가 늘 등장했다.

다시 한모금 마셔본다.

오랑지나는 언제나 기획된 완벽함을 전제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달콤함과 신맛, 약간의 씁쓸함은 최적의 균형을 이루도록 조율됬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그런식으로 조율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신맛만 남고, 어떤 날은 쓴맛이 도드라지곤 한다.
또 어떤 날은 단맛이 지나쳐 쉽게 질리기도 하며 삶은 언제나 불완전한 비율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불완전함이 싫으면서도, 결국 나는 그 불완전함을 통해 삶을 붙잡는다.
음료는 맛있지만, 그 인상이 남을 뿐 기억속에서 쉽게 잊혀진다.
반대로 뜻밖의 불완전한 장면들은 항상 혀끝에 남아 나를 불러낸다.

좋아하는 것들만 모여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삶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떄로는 불편하고, 낯설고, 심지어는 피하고 싶은 것들까지 함께 섞일때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되곤 했다.

삶은 오랑지나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덕분에 나는 여전히 내일의 맛을 궁금해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