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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세오
10마리를 잡아오세요.
2420 2025.10.02. 16:10

"알베르 카뮈"의 <결혼, 여름>이라는 책을 통해 다시금 옛일들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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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면서 고집스레 버티고 있었다.

아마, 티파자로 돌아가게 될 때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의 고장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스무 살 적에 사랑했던, 혹은 강렬하게 즐겼던 것을

마흔 살에 다시 살아보려는 것은 커다란 광기, 언제나 벌을 받게 마련인 광기다.

그러나 전에 나는 이미 그 광기의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내게는 청춘의 끝을 의미하는 전쟁의 시절이 끝나자 이미 한 차례 티파자에 돌아왔던 적이 있다.

나는 그곳에서 잊을 수 없는 어떤 자유를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20년도 넘게 지난 그 옛날, 나는 그곳에서 여러 아침나절을 송두리째 보내며 폐허들 가운데로 헤매고 다니며

압생트 냄새를 맡았고, 돌에 기대어 몸을 데웠고, 봄이 지나도록 살아남았다가

금방 꽃잎이 지고 마는 작은 장미꽃들을 찾아다녔다.

매미들도 녹초가 되어 잠잠해지는 시간인 정오에야 비로소

나는 모든 것을 태워 없애는 빛의 탐욕스러운 불길을 피해 도망쳤다.

티파자에 돌아오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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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적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지 않던, 밀레스 던전의 지하묘지 대장방이나 아벨던전 11층은

유저들로부터 이전에도 찾지 않았고 미래에는 더더욱 쓰이지않을 공간이 되어버릴 것이다.

내 상념들은 어둠의전설에 한참 집중할 때, 던전 마지막 층에 올라가야했던 내 추억속에서 시작한다.

'나이트메어 10마리를 잡아오세요. 드워프전사 10마리를 잡아오세요.'와 같은 요청.

나는 심심할 때면 곧잘 이 이벤트들을 반복하곤 했다. 그리고, 해당 층들을 의례의식처럼 항상 방문했다.

그렇다보니, 다시 접속한 어둠의 전설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추억의 장소들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벤트를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이벤트들을 다시 반복할 수 없게되었다.

추억이라는 워딩으로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으면서, 왜 이런 이벤트들을 없애고 향수를 지워버리는지 모르겠다.

완전히 삭제하는게 아니라,

'옛날에는 용사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었지만, 지금은 필요하지 않는다.'라거나 보상을 변경하면서

추억을 유지시키는 방법도 있었고, 메가바이트에서 테라바이트로 진화한 시대에,

해당 이벤트를 구현시키기 위한 데이터 용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그러니, 더이상 (남아있지도 않지만) 추억할 이벤트들을 없애지 않았으면 한다. 언제라도 다시 찾아볼 수 있게....

카뮈의 구절을 인용해,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언제일지 궁금하기도하다.

'나는 모든 것을 태워 없애는 어둠의 탐욕스러운 불길을 피해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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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이제 복귀한지 한달정도 되어가는 시점에, 맞닥뜨린 추석 이벤트는 달라진게 없어 내심 놀랐다.

이들도 회사원이니 주요업데이트 진행 후 생기는 버그로 인해, 연휴에 출근하고 싶지 않아 업데이트를 앞당겼겠지.

(그럴거면 보상이라도 넉넉하게 주지.... 오랜만에 참가하는 추석이벤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