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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세오
낭만과 시인.
18 2025.12.06. 15:22

어둠의전설이 빛나던 시절,
그 세계 안에는 스탯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시인의 말 한 줄.
누군가의 마음을 적시는 짧은 문장,
그 문장을 기다리는 새벽의 설렘.

그때 시인은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지던 존재였고,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던 작은 등불이었다.

그들은 그저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썼고,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보여주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 단순한 마음 하나가
한 세계의 낭만을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게임은 늙어가고,
사람들은 더 많은 할 일과 걱정 속에 묻혀 살기 시작했다.

글을 읽어주는 사람도 줄었고,
댓글 한 줄 남기는 손도 점점 사라졌다.

시인의 자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세상의 시선은 변해버렸다.



예전에는 모두가 시인을 올려다보았다.

지켜주고 싶은 존재처럼,
나보다 조금 더 예민하게 세상을 느끼는 사람처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예전처럼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시인을 향해 말한다.

“완장 찼네.”

“예전 같지도 않은데 왜 저러지.”

“그냥 혼자만 감성 놀이하는 거 아냐?”



시인은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건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낭만을 이해할 여유가 없어진 사람들의 시선
그것은 낭만이 죽어가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낭만을 죽이는 소리였다.


낭만이 사라져 버리면
시인의 역할은 우스워지고,
그들의 감정은 과장으로 보이며,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사실,
슬픈 건 그게 아니다.


가장 슬픈 건
예전의 낭만을 가장 많이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금 가장 많이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낭만이 완전히 죽어가고 있는 시대의
마지막 촛불 같은 존재인데,
그 촛불을 비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시인들은 황혼처럼 사라졌다.
그들의 글은 오래된 게시판 어느 구석에서
아무도 스크롤하지 않는 먼지가 되었다.


지금의 시인들은
빛나지도, 인기 있지도 않다.


단지, 그저…
남보다 조금 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묻고 싶다.


낭만이 사라진 시대에,
정말 시인만 변한 걸까?


아니면
우리가 시인을 볼 수 있는 마음을
먼저 잃어버린 걸까?



이 질문은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사람들도
이미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 번
그 마지막 촛불을 바라보고 싶다.


그 촛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며
언젠가 다시
낭만의 계절이 돌아오기를,
시인을 비웃지 않고
시를 읽던 그 시절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오래된 세계에 남은
그 작은 슬픔을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