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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온타임 1권 마침.
18632 2025.12.31. 10:14


글을 써보고 싶었다.



상상을 문자로 옮겨, 눈으로 읽는 즐거움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설렘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그 즐거움은 점차 습관이 되었고, 나는 지금은 사라진 [어둠의전설 팬소설] 게시판에 조심스레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은 기쁨은 담배 연기처럼 허무하게 흩어졌다.
홈페이지의 대대적인 개편과 함께, 팬소설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고민했다. 인게임 게시판에 올릴까, 성천카페에 올려볼까.



결심은 쉽지 않았지만, 부끄러움을 접고 글을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2024년 12월, 새로운 시인과 현자를 선출한다는 공지를 보았을 때였다.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고, 경쟁이나 평가가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접었다.




시간은 흘러 시인 선출이 마무리되었고,
그제서야 나는 성천카페와 인게임 게시판에 천천히, 아주 조금씩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렵지만 어렵지 않은 문장.

성의 없어 보이지만, 실은 성의로 가득한 문장.



그저 감정을 담아 두드린 글에 ‘좋아요’가 하나둘 달릴 때마다, 나는 조용히 흐뭇해했다.
그렇게 어느덧 1년이 흘렀다.



현 시인들의 글을 읽으며, 그 문장에 스며든 품격과 감정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닮아보려 애썼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완성형이 아니었고, 다만 완성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한 명의 글쟁이였으니까.



문득 지금까지 써온 글들을 하나하나 정독해 보았다.
방향도, 뚜렷한 주제도 없는 글들. 오직 순간의 감정만을 담아 적어 내려간 기록들.

말하자면, 그것은 소설이라기보다 감정의 일기장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고, 그래서 더 나다웠으며, 그래서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2025년, 시인 선출 공지가 다시 올라왔다.



지금은 참으로 좋은 시기다.
온타임 이야기를 이끌어온 지 1년.

마침내 1권을 마무리하고, 나는 조금 더 많은 감정을 쌓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떠나려 한다.



어둠의전설 속 마을이 아닌, 현실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무대에서 모험을 찾는 휴가.

그곳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워 오고 싶다.




많이 생각해 보고 싶다.
온타임 2권 역시 지금처럼 감정만을 담은 이야기로 이어갈지, 아니면 하나의 장편 서사를 차분히 끓여낼지.

또 하나의 생각. 아주 작게나마 내 글을 읽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던 분들을 위해서라면,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손님의 뒷모습은 아름다워야 하고,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찰나에 져버리기 때문이니까.



작은 여행을 위해, 그리고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지금의 당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온타임 1권, 마침.



아아, 모험이 나를 부른다.